다 잘 될거야..
다 잘 되겠지..
어떻게든 되겠지..
뭐 이런 식으로 자기 합리화와 자위(自慰)를 하고는 있지만....
이 참을 수 없는 불안함과 나 자신에 대한 불신이 초각을 다투며 나를 잠식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매진할 수 없는 아이러니, 포기도 나태도 아닌 무기력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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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야, 토플아....헬프미ㅠ_ㅠ...
토플 시험 이틀 앞두고 고도의 불안감과 울렁증으로
슬금슬금 현실도피를 시도 中
자유를 찾아, 여유를 찾아 둥지를 튼 예술문화를 사랑하는 이파리의 작은 공간입니다.
다 잘 될거야..
다 잘 되겠지..
어떻게든 되겠지..
뭐 이런 식으로 자기 합리화와 자위(自慰)를 하고는 있지만....
이 참을 수 없는 불안함과 나 자신에 대한 불신이 초각을 다투며 나를 잠식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매진할 수 없는 아이러니, 포기도 나태도 아닌 무기력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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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야, 토플아....헬프미ㅠ_ㅠ...
토플 시험 이틀 앞두고 고도의 불안감과 울렁증으로
슬금슬금 현실도피를 시도 中
언젠가 동명의 영화를 선전하는 '예고편' 비스무리한 걸 '스치듯' 본 적이 있는데,
그냥 뭔가 특이한 소재로 사랑 이야기를 다룬 영화인 줄 일았다.
뭐 어느정도 맞는 예상이었지만, 전혀 다른 것이기도 했다.
이렇게까지 가슴 뭉클해지는 소설일 줄은 꿈에도 몰랐으므로.
요즘 너무 책도 안 읽고 너무 바삐만 돌아가는 일상이라, 간만에 머리도 식힐 겸 소설 책이 읽고 싶었다.
원래는 오쿠다 히데오 작가의 유쾌한 소설이나 읽어볼까 했는데, 도서관에서 모두 대출중이라
우연히 눈에 뜨인 제목을 보고 차선책으로 고른 책이었다.
소설의 내용은 제목 그대로 '수식을 사랑하는 박사'의 이야기다.
좀 더 디테일을 주자면 수식을 사랑하는 박사와 그를 돌보는 파출부와 아들의 이야기'랄까.
근데, 요 셋이, 아니 수식까지 합쳐서 넷이 만들어내는 일상의 이야기들이 보통이 아니다.
신비하고 놀라운 수의 세계의 단편을 들여다보는 재미도 쏠쏠하고
80분짜리 기억 테이프를 갖고 있는 박사와 파출부 모자 간의 에피소드들에서 나타나는 감동의 쓰나미는
예고도 없이 불쑥불쑥 코끝은 찡하게 만든다.
박사 양복에 덕지덕지 붙어있는 메모지들 사이로
새롭게 파출부의 그림이 자리잡았을 때 밀려오던 감동이란.
소설의 대단원이 다가올 수록 '좀만 더..좀만 더...'하고 속으로 빌었다.
오랜만에 재밌는 소설을 읽었다.
고민하는 힘 / 강상중/ 이경덕 / 사계절 / 2009
전에 인터넷 교보를 드나들다가 심심치 않게 눈에 띄던 책이 있었다.
꽤나 열심히 홍보하던 책이었는데, 뭔가 싶어서 제목을 보니 '고민하는 힘'이었다.
와아. 요즘같이 귀찮고 머리 복잡해지는 거 싫어하는 시대에서 감히 '고민'을 논하다니.
대단하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래서 좀 더 보니, 저자 이름은 분명 한국인 같은데 역자가 함께 있다.
그리고 일본 독자 100만 어쩌구 하는 홍보문구.
오오. 재일교포의 힘을 보여주는 것인가.
광고에 낚인 건지는 모르겠지만 흥미가 생겨서 사려고 벼르고 있었다.
그런데 학교 도서관에 입고 됐다는 소식에 한달음에 달려가 바로 대출했다. (진심으로 사서 소장하려 했었다...) 생각보다 얇은 두께에 잠시 멈칫 했지만, 약 한 달을 기다린 나의 기대는 망설임 없이 책장을 넘기게 했다.
책의 논지는 전체적으로 나쓰메 소세키와 막스 베버를 투톱으로 하여(..나쓰메 소세키 우세) 진행되고 있었다. '나쓰메 소세키가 얼마나 현대사회의 개인에 대한 혜안을 갖고 있었는가'에 대해 그의 작품들 속 인물들을 예로 들어 설명하고 있는데, 그 부분에 있어서는 참으로 동의가 되더라.
책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기본 중에 기본인 '자아'에 대한 고민부터 제안한다.
인상깊었던 것 중에 '자아중심적'이라는 것과 '자기중심적'이라는 말을 구분해야한다는 부분이 있었는데, 자기중심적인 사람은 타아를 인정하지 않지만 자아를 중시하는 사람은 그와 비례하게 타아를 존중한다는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점점 퇴색되고 있는 개인주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한다.
이 밖에도 '돈', '청춘', '앎', '사랑', '죽음' 과 같은 아주 기본적이면서
동시에 매우 어려운 개념에 대해 저자 자신의 경험담과 생각, 나쓰메 소시키의 소설 속 인물들을 적절히 배치하여 어렵지 않게 풀어나가고 있다.
하지만, 어떻게 이 책이 '일본인 100만명을 일으켜 세운' 건지는 잘 모르겠다.
내가 너무 기대를 많이 하고 있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딱히 '그래! 이거야!!'하는 느낌이 없달까.
말하자면, 고등학교 윤리 교과서 같은 느낌인 것이다. 물론 좀 더 현실적이고 공감이 가는 건 있었지만.
얼마 전부터(내가 책을 워낙 가까이 하지 않았어서 훨씬 전부터일 수도 있지만)
'시크릿' 같은 무슨무슨 해결서들 같은 게 마구 나오고 있는데, 대충 훑어보면 생각보다 두리뭉실하거나
수박 겉핥기 식인 경우가 꽤 있는 것 같다.
물론 그런 고민들, 문제들이 그렇게 명확한 해결책들이 제시될 수 있는 것이었으면 애초에 문제가 될리도 없겠지만 하아...그래도 뭔가 허전한 이건 어쩔 수 없는 거고.
요즘 안팍으로 한숨 나올 일밖에 없는 세상이지만,
그래도 언제나 나 자신에 대해 진중하고 당당하게 맞서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교훈(?)은 참 값진 것이었던 것 같다.
츠지 히토나리(辻仁成) / 양윤옥 /북하우스 / 2005
저번 학기 일본어 독해 선생님의 추천으로 읽게 된 책인데,
처음엔 "뭐야, 이거 또 성장소설?;;;" 하면서 시작했습니다.
뭔가 '사랑'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찬 고아의 개과천선기, 같은.
그런데,,,,이건 뭡니까 츠지 히토나리씨,,,,
제 생에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에서 포르투가 아저씨가 죽었을 때 만큼,
로베르토 베니니의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아버지가 죽기 전 애 쓰레기통 같은데 숨길 때 만큼,
강한 충격으로 눈물을 쏟아내게 만들다니요,,,ㅠㅠ
진짜 못됐어!!!! 날 그렇게 안심시켜 놓고!!!!!>ㅁ<
시간이 남아돌아도 집에서는 책을 못 읽는 저의 이상한 버릇때문에
대부분의 독서는 지하철에서 이루어지는데요, 사람많은 지하철에서 대성통곡할까봐
클라이막스에서 책을 덮어버렸답니다ㅜㅠ
그렇게 김빠지게 끊어먹으면서까지 읽었지만, 그래도 펼칠 때마다 눈시울은 붉어지고 목은 매이고,
그리고 가만히 있을 때도 문득 문득 떠오를 때면 코 끝이 찡해집니다.
두 남녀가 주고 받는 편지로 이어지는 이 소설은,
처음엔 정말 사랑에 대한 불신을 어떻게든 개선시키려는 노력을 보이는 그저 그런 책같았어요.
물론, 그 한 마디 한 마디가, 제가 사춘기 시절 안고 있었던(뭐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그런 류의 고민들에 너무나도 위로가 되는 말들이어서 그것만으로도 참 좋았지만요.
그런데 이것이 후반부에 '빵!' 터지는 반전에 그만, 혀를 내둘렀어요.
(물론 제가 둔해서 눈치 못챈 거일 수도 있습니다만;;)
정말 영화보다도 더 영화같고, 소설보다도 더 소설같은 그런 이야기였는데(말에 어패가 있긴 합니다만^^;) 뭔가 고전적이고 가슴 뭉클해지는 감동의 이야기를 접하고 싶으신 분들에겐 정말 더할나위 없을 책인 거 같습니다. 더불어, 진정한 사랑이 뭔지, 삶이란 뭔지,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하고 느낄 수 있는 기회도 될 거 같구요.
'냉정과 열정 사이'에서 별로 그다지 좋은 인상은 받지 못했던
(그당시만 해도 그정도의 소설 속 성인남녀의 관계 묘사는 저에겐 버거웠던 듯;;)
작가였는데, 이 작품을 계기로 뭔가 다시 보게 됐습니다-_-;;
여튼, ,,,,흑, 지금 생각해도 너무 슬퍼요ㅠㅠㅠㅠ
'힘내라, 열심히 살아라'라고 격려하는 소리들만 넘치는 세상,
이제 사람들은 그런 말로는 참된 힘이 솟지 않아.
나는 도리어 이렇게 말하고 싶어.
"힘내지 않아도 괜찮아"
.....
몹쓸 사람들은 우리에게 지나치게 부담을 주는 그런 사람들이야.
힘을 내지 않아도 좋아.
자기 속도에 맞춰 그저 한발 한발 나아가면 되는 거야.
'사랑을 주세요' 中 .... 지금 나에게 힘이 되는 말이었어요.
마치다 코우(町田庚)/전하연/랜덤하우스코리아(랜덤하우스중앙)/2007
이 책은 순전히 '동경산책'이란 제목과 표지의 알록달록 동경 여행 가이드 책에서나 볼 수 있는 동경의 풍경 사진이 마음에 들어서 빌려봤던 책이다.
결과적으로 말하면 기대와는 조금 다른 방향의 책이었고, 다 읽지는 못했다. 반납기한이 걸려서-_-;
처음엔 '작가가 포착한 환상적인 도쿄'라는 부제에 '흠, 이거 뭔가 흥미진진하겠군!'했지만.
글쎄,,,,도저히 '환상적인'이라는 수식어가 붙을만한 내용은 아니었던 듯. 물론 내가 끝까지 읽지 않아 뒤에 대반전이 있는지 어쩐지는 모르겠으나 일단,,,,이 책은 작가가 '표연'이라는 알 수 없는 것을 목표로 도쿄를 '산책'을 빙자한 '배회'를 하는 내용이다. 그리고 작가의 말대로라면 '표연하게 여행하는' 작가가 도쿄의 곳곳에서 느끼는 도쿄는 그다지 긍정적이지 못하다-_-
하지만, 일단 일차적으로 내 기대와는 좀 다른 내용이었다만, 다른 의미로 이 책은 참 신선하고 좋았다.
'도대체 이 작자, 뭐 하는 사람?;'이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엄청나게 창의적이고 독특한 세계관과 망상의 에너지(;;). 가끔가다가 내비춰지는 세상 부조리에 대한 통쾌한 옹알이(쫌 모순이지만, 속으로만 호통치는 그의 모습이 쫌 귀여워서ㅎ). 보는 내내 주위 사람들 시선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히죽히죽 웃었던 기억이 난다. 근데 아니나 다를까. 이놈에 작가, 전직이 펑크락 밴드 보컬리스트였단다. 나원참. 한마디로 정리가 되는구만ㅎㅎ
여튼, 반납 기한만 더 있었다면 다 읽었을 텐데, 아쉽다. (그러면서 다시 빌려 보지 않는 건 뭐?;)
이토야마 아키코(絲山秋子)/권남희/북폴리오/2006
표지 일러스타가 마음에 들었다. 그러고 무쟈게 얇은 책의 두께. 정말 내 독서 성품(?) 다 까발려진다-_-;
표지에 '아쿠다카와상 수상작'이라고 뭐 얼마나 권위있는 상인지는 잘 모르지만 꽤 권위있으니 표지에 박아놨겠지. 여튼, 그렇다고 하는데,,,,흐음. 솔직히 잘 모르겠던걸?-_-;;
짧은 단편 두 개가 모여있는 단편집이다.
가뜩이나 얇은 책이 또 두 개의 이야기로 나뉘어져 있으니 그 각각의 단편은 얼마나 짧겠는가.
여튼, 읽는 나는 한 시간이란 시간에 후딱 읽을 수 있어 좋았고
내용도 뭐 하나 어려울 것 없는 이야기들이어서 또 좋았다.
처음 단편은 책 제목과 같은 '바다에서 기다리다'.
이 이야기 처음에 읽었을 땐, "엥? 이거 기담집이야?;;"했다. 무려 유령이 출현하신다-_-
물론, 신도와 불교, 온갖 다신교의 나라인 일본에서 '혼령'이란 전혀 낯선 소재가 아니므로, 또 그걸 알고 있는 나이므로 별로 이상할 건 업었지만 현대물에, 그것도 수상작에 유령이라니.
흠, 여튼 처음 쪼금 놀랐다가 곧 적응했다.
이름만으로는 성별을 구분하기가 아직 어려운 나로썬 이야기 속 두 인물이 '남-남'인지 '남-여'인지가 중후반부터 구분할 수 있었는데,(결국 남-여) 결과적으로 그 정도로 이성'친구' 간의 애틋한 '우정'에 대한 이야기였다. 플러스 일본 소설 특유의 개인이 갖는 속사정에 대한 '표연한' 묘사.
꽤 분위기 있는 이야기였다.
두번째 단편은 '노동감사절'.
노동감사절이라 해서 처음엔 '엥? 중국 이야긴가?'했다. 노동절이 생각나서-_-
그런데, 알고 보니 일본에도 '노동 감사의 날'이란 게 있었던 거다-_-;;;
여튼, 이건 왠지 미래의 나의 모습을 보여주는 이야기였는데;;; 능력'없는' 노처녀의 최악의 맞선 이야기였다. 역시 플러스 여성으로 갖는 사회적 어려움을 조금 현실감 있게 그려낸 이야기.
정말 '아직도 이렇게 생각하는 멍청이가 있단 말인가?'할 정도로 구시대적 남자가 맞선 상대로 나오는데(물론 여자 주인공은 뛰쳐나왔다;;)
그녀의 행동들이나(직장에서라든가) 생각들이 묘하게 나랑 똑 맞아떨어지는 것이,
'아, 나도 이렇게 억세면, 미래엔 이렇게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인걸까?;;' 하는 비관적인 생각이,,,,,
제발 내가 사회에 나갈 땐(정말 얼마 안남았다만-_-) 억센 여자도 받아들여질 수 있는 사회이길,,,,
하는 바람이,,,,,;;;;
+) 아무리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가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지만,
참, 자기 자서전적 이야기들이 많은 것 같다-_-;; 저번에 읽었던 '스무살, 도쿄'도 그렇고,,,,
이 단편(노동감사절)도 작가의 경험을 토대로 했다고 한다,,,,참;
坊っちゃん
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육후연/인디북/2002
나도 이제 그 '명작'이란 거 읽어보련다.
,,,,,해서 읽은 건 아니고-_-;;
2학기 교양 중 '동양명작의 이해'라는 과목을 신청해 놔서 속독이 안되는 나 자신을 너무 잘 알기에
조금이라도 시간있을 때 읽어두려고 읽기 시작했다.
나쓰메 소세키. 이 얼마나 유명한 이름이란 말인가.
신권부터는 아니지만 구권 천엔짜리에 그 모습이 당당히 올라있기도 한 소설가.
얼마나 추앙받았으면 지폐에까지 올랐었을까.
여튼.
읽어봐야지,,읽어봐야지 하다가 이번에서야 읽게된 "봇짱, 도련님"은 좀 예상 외였다.
정말, 진짜 요만큼도 사전 지식이 없었던 나로선 "도련님"이란 제목만 보고선,
우리나라에서 갖는 "도련님"이란 단어가 갖는 이미지만 떠올리고는
'흐음, 어느 병약한 도련님의 구슬픈 이야기인가?'하고 멋대로 생각해버렸었다;;;
그런데 이건 뭐. 거의 GTO이던 걸?;;;
내가 기대했던 화려하고 수려한 문장력이라든가 하는 건 빌어먹을 번역체에(도대체 구어체를 문어체로! 로보트체로 하는 게 어딨어요!!ㅠㅠ) 묻혀 기대할 수 없었다만,(뭐, 그런 류의 소설도 아니었던 거 같다만) 충분히 '명작은 명작이구나'하는 생각을 갖을 수 있었다.
우선, 어릴적 사고뭉치로 유명했던 주인공은 부모님에게도 외면받을만큼 악동이었다.
그렇지만 모든 일에 거짓 없이 솔직하고 정직한 것이 그의 성품이었다.
자신의 잘못도 바로바로 인정하고 시인할 줄 아는.
그런 그가, 도쿄에서만 살다가 시코쿠 시골의 한 중학교에 수학 교사로 채용되면서 겪는 사람 부조리에 대한 이야기를 해학적으로 풀어낸 이야기였다.
정말 잡아다가 한 대 속 시원하게 때려주고 싶은 인물에서부터 정나미 떨어지는 마을 사람들,
반면, 안쓰러울 정도로 당하고만 있는 쑥맥에 조금은 무모하지만 화끈한 싸나이 등등 정말 우리가 살면서 접할 수 있는 많은 인물상에 대한 재미난 이야기였다.
봇짱, 우리나라 말로눈 '도련님'이라 했지만, 이는 어린 아이를 귀여워할 때 부르는 애칭과 같은 거란다('아가야-'같은). 이 소설 속 주인공을 처음부터 죽을때까지 무조건적으로(정말 조건이 없었던 건진 확실치 않으나-_-) 믿고 아껴주는 인물이 있는데 집안 하녀였던 '기요'다.
몰락 귀족의 후예로서 하녀로 주인공 집안에서 일하는 기요는 어릴 적부터, 주인공네 집안이
해체되고 주인공이 성인이 되고 나서까지도 주인공을 '도련님'이라 부른다.
이는 아마도, 세상의 찌든 때에 물들지 않고 올곧고 정직한, 어떻게 보면 좀 모자란 듯한(;;) 그의 심성을 암시하고 있는 게 아닐까.
어른이 되면 될 수록 하기 힘들어지는 자기 반성, 그리고 자신의 잘못의 시인, 고백 등등을 너무나도 당당하고 자연스레 하는 그의 모습은 충분히 '봇짱' 소리를 들을만 했던 것 같다.
나는 과연 앞으로 살면서 '봇짱'으로 남을 수 있을까,,,?
이사카코타로(伊坂幸太郞)/양억관/작가정신/2006
처음 제목만 봤을 땐 이적의 '지문 사냥꾼' 같은 건 줄 알았다;; 뭐 지문사냥꾼도 본 적은 없지만;
여튼 여러 에피소드들의 모음집일 거라고 멋대로 생각했었다. 아니면 적어도 일본 전형의 그렇고 그런
소설일 것이다,,,,라고.
허참. 그런데 이거, 읽고 나서 완전 뒷통수 맞은 기분이었다. 로맨스도 성장소설도 뭣도 아닌
추리소설이라니.
개인적으로 추리소설을 즐겨 보진 않는다.(계속 밝히기에 별로 자랑스러운 건 아니지만 장르를 불문하고 책은 별로 즐겨 보지 않는다-_-) 하지만 스토리 탄탄한 각종 스릴러 영화는 좋아한다.
왜냐하면, 시나리오 작가의 심열을 기울인 꼬인 전개를 영화에서 제공하는 수준 정도의 단서 영상과 각종 힌트가 아님 그다지 머리 써가면서 문제를 풀고 싶지 않은 거다. (단적인 예로, 다빈치 코드 영화는 봤지만 책은 처음 열 페이지 정도 읽고 접었다-_-) 아니, 바른대로 말하자면 내가 풀지도 못할, 엄두도 못낼 그런 문제, 읽으면서 힘들어하고 자존심 상하고 싶지 않은 거다.
그래서 애써 그 재밌다는 추리소설들 잘 안 읽는 나인데, 전혀 추리소설이라고는 생각도 못하다가
읽다보니 어느새 사건에 휘말려 있는 나를 발견한 꼴이라니. 젠장.
보통의 나같으면 다른 사람들이 아무리 재밌다고 해도 내가 싫으면 바로 포기하고 그만두는 스타일이기에 책을 덮었으면 될 일이었지만, (실제로 만화책 데스노트는 4권 중간에 라이톤가 L인가가 추리하는 내용이 무서우리만치 많은 활자로 쓰여진 페이지에서 '기브업'을 외치고 책을 덮었다-_-)
더 젠장스러운 것은, 덮기는 커녕 오히려 열을 내며 책장을 넘기는 속도를 올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내가 예상할 수 있는 결말이 분명히, 반드시 기다리고 있음을 알면서도 긴장감에, 궁금증에
읽을 수밖에 없는 이 소설.
그래, 왜 사람들이 재밌다고 했었는지 알겠다. 규규규규규구-웃~(<-나름 에도히로미버전;;)
이 책을 읽으면서 두 가지의 생각을 했다.
하나는,' 역시 추리소설은 읽을 게 못된다'였다. 아니, '읽기에 빈정상한다.'
영화나 만화나 소설, 형식을 불문하고 추리소설 속 사건의 '범인'과 '해결자'들은
하나같이 비상하게 유식하다. 아니, 비상하게 잡다식하다고 해야하나. 여튼, 평범하진 않다.
이 전제부터가 난 싫은 거다. 어느 공감도 일으킬 수 없다. 물론 안 그런 추리소설도 있을 수 있겠지만, 이 책은 여튼 그랬다. 작품 속 인물들이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이야기들을 떠벌릴때면
이야기 속에 동화되있던 내가 순간 '아, 그래 이거 소설이지'라는 각성을 하고
'그래 너, 작가. 똑똑하다 똑똑해'라고 빈정대게 되는 거다. 아니면 '지독하다-_-'라든가.
이 책의 화자는 일단 '이즈미'라는 남자로, 유전자 연구 관련 회사에 다니는 회사원이다. 어릴적부터 다독을 했고 글자 퍼즐을 푸는 걸 좋아했다.
유전자에 대한 해박한 지식은 물론 다독으로 쌓인 비상한 상식은 두 말하면 잔소리다.
그의 동생 '하루'는 어머니를 강간한 어떤 강간범에 의해 생긴 자식으로 이즈미와는 불운한 이복형제다로, 이즈미 가족 중 어느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는 뛰어난 미적 감각과 역시 다독과 나름의 탄생배경을 안고 생긴 정신적 감가의 소유자로 이 책 속 사건의 중심이다.
일단 대충 중요 인물은 이 둘인데, 위와 같은 대충의 소개만으로도 별로 평범한 인물 설정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둘이 갖고 있는 믿을 수 없을만큼 철학적이고 유식한 대화를 보고 있자면 위와 같이 빈정이 상하기도 했지만 사건의 진상이 밝혀질 수록 온몸을 오싹하게 만들어버리는 기발함은 사람 많은 지하철에서 '꺅!'하고 나도 모르게 소리지르게 할 뻔 했다.
그리고 추리소설이 싫은 또 한가지 이유는, 읽는 내내 '이것도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 '이게 혹시 나중에 중요한 단서가 되는 건 아닐까?'하며 나 혼자 미간에 주름 잡아가면서 고민을 해야한다는 거다. 하지만 내가 추리할 수 있는 건 작가가 던져 논 정보가 다일 뿐이며 내가 살펴보고 싶은 그 외의 것은 어떻게 해서든 알 수 없다. 작가가 묘사해주지 않는 이상 난 주인공의 머리카락 색깔도 알 수 없다.
그리고 결말에 하나하나씩 무릎 칠만한 해설을 늘어놓는 것을 보면 기운이 쫙 빠진다.
'내가 지금까지 뭐한거야'라며.
그리고 이어서 너무 들어맞아는 필연이어서 우연인 것 보다 더 현실감 떨어지는 해법에 조금 정나미가 떨어진다. '있을 수 없는 일이야'라며.
그런데 이 책에선 우연히 발견된 규칙과 사건의 연관성을 이으려는 주인공의 모습이 왠지 독자의 모습인 거 같아(실제로 그런 상황이었지만) 조금 위로라면 위로가 됐달까.
여튼 여튼, 다독을 하지 않은 내 자신에게서 나오는 비교대상 없는 괜한 열등감에 나도 모르게 휩싸이게 만들어버리는 추리소설이 난 싫은 거다.
내가 '이정도면 됐을라나?'라고 스스로 납득할 수 있기 전까진, 안되는 거다.
다른 하나는, 그다지 책에서 의도한 건 아니었겠지만 폭력에 대한 회의다. 무슨 회의냐 하면,
폭력을 무조건 부정적으로 여긴 것에 대한 회의.
가끔 청소년들의 범죄와 폭력이 난무하는 영화와의 연관성을 거들먹거리는 뉴스를 접할 때마다 나는 힘껏 비웃어줬었다. '애들이라고 모두 뇌가 없는 건 아니다'라며. 이렇게 개인의 이성을 충분히 믿는 나의 성향은 과장광고의 피해사례나 그런 걸 접할 때도 비슷하게 적용됐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그래, 사람 죽이는 게 뭐 별건가'라는 생각을 나도 모르게 해버렸다.
물론, 이 책이 '살인'이라는 극악무도한 짓을 종용하거나 예찬하거나 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자신의 어머니를 강간했던, 그리고 생물학적으로 자신의 친아버지가 되는 강간범을 야구배트로 후려쳐 죽여버리는 장면에선 평소 같으면 머릿 속으로 상상하면서 눈쌀이라도 찌뿌렸을 텐데, 오늘은 오히려 묘하게 마음이 후련해지는 것이 왠지 나도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아니, 나도 하고 싶었다.
'강간이 뭐가 나빠!'라고 외치던 하루의 친부(親父), 가츠라기를 흔한 표현이지만 갈아마셔도 시원찮을 것 같았다.
하루는 어머니의 일 때문에 성(性)에 대해 굉장히 부정적인 입장이다. 이는 자연스레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혐오로 이어진다. 성적부분에 대해.
그의 무수한 주장을 보고 있자니 말은 안되지만 수긍이 되는 아이러니가 펼쳐졌다.
하지만 그의 말이 맞든 틀리든, 내 개인적인 생각으론 강간은 살인보다 더 추악하고 용서받을 수 없는 죄인 거 같다. 살인은 어떤 이유라면 용서가 되지만 강간은 어떤 이유에서라도 용서가 안된다.
강간뿐만 아니라 성에 관련된 그 어떤 범죄는 경중(경중을 나눌 수 있는것도 아니지만)을 떠나서 모두 용서가 안된다.
이건 쫌 다른 얘기지만 왠지 요즘 남자들에 대한 기피까지 생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성범죄가 모두 남자들에 의해 일어나는 건 아니지만)
TV나 사람들 얘기를 접할 때마다 남자들의 외도라든가 불륜이라든가, 여자들을 대할 때의 태도라든가 그런 것들을 보면서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 거다. 어쩜 그렇게 쉽게, 가볍게, 아무렇지 않게 그럴 수 있는 걸까. 물론 이 세상 모든 남자가 다 그런 건 아니다. 뭐 그렇다고 한다. 하지만 요즘은 '그래도 남자는 다 늑대다'라는 옛말에 더 마음이 간달까.
뭐,,,,,여튼-_- (이건 진짜 여담이니까 다음에,,,,)
이 책 읽으면서 매스컴 효과 이론 중 탄환이론이니 피하주사이론이니 하는 강효과이론이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좀 하게 됐다-_-;;;
하아,,,,난 긴장하는 거 싫어, 다음엔 좀 느슨한 걸 읽어야지,,,,에휴;;;
東京 物語
오쿠다 히데오(奧田英朗) / 양윤옥 / 은행나무
저번에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를 읽고 단번에 그의 팬이 되었다.(그렇다고 뭐 그의 작품을 모조리 섭력했다거나 한 건 아니다)
이 책으로 한 번 더 팬이 되었다, 라고 하면 너무 상투적인가?
약속시간까지 빈 시간을 때우기 위해서 적당한 책을 사러 서점에 갔다가
익숙한 일러스트의 표지와 함께 '스무살, 도쿄'라는 다소 노골적으로 나의 구미를 당기는 책이 눈에 들어왔다. 거기다가 무려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
'공중그네'만큼 파격적으로 웃긴 소설은 아니었다만 그래도 역시 그의 소설이구나 싶었다.
그리고 뭔가 '자서전'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이야기.
주인공 '다무라 히사오'의 나이와 직업이 작가 오쿠다상의 나이와 한때 직업과 일치했다.
소설 이야기는, 제목 그대로 스무살, 뭐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20대'의 다무라군의 '도쿄'생활 이야기다.
나고야 출신인 그가 재수를 하겠단 명목으로(사실은 그저 아버지 가업과 고향에서 벗어나기 위해) 막무가네로 상경하는 열여덟부터 대학교 시절, 여름 새벽녘 푸른 공기 내음같은 연애 이야기, 집안 사정으로 대학을 중퇴하고 일찌감치 들어간 광고회사에서의 고생한 이야기,
어느정도 자리를 잡고 사회에서 겪는 많은 경우들 등등이 20대의 마지막 겨울까지, 지루하지 않게, 그렇지만 하고 싶은 이야기는 모조리 다 써놨다.
그 중, 역시나 내 무릎 탁 치게 만든 건 막 사회에 나가 온갖 억울한 일 당해가며 해나가는 고생한 이야기였다. 물론, 이 이야기의 시간적 배경이 무려 지금으로부터 28년 전이라 환경적 조건이 매우 달라 생기는 문제(예를 들면 휴대폰이 없는 것)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답답했지만, 여튼 그런 건 제쳐두고라도(별로 상황을 받아들이는데 걸림돌이 될 것도 아니다) 상사의 어의없는 실수에 몇 번이고 러시아워의 도로를 왔다갔다 하고 밥도 못 먹고 철없는 친구의 철없는 푸념은 끊이질 않고 자신이 고심하고 고뇌했던 캐치프레이즈는 계속계속 퇴짜를 맞고 며칠째 이어진 밤샘은 끝날 줄 모른다.
뭐랄까, 읽으면서 마치 '꽃보다 남자'를 읽는 듯, 계속해서 이어지는 꼬이는 상황에
"저녁까지 못먹으면 책 찢어버릴거야!!"라고 혼자 분개할 정도였다. (왜 나의 분노포인트는 먹는 것이었을까,,,,-_-;;) 사회 초년생, 대학교도 제대로 못마치고 딱히 확실한 미래도 없이 그다지 똑부러진 성격도 아닌, 나고야출신이라는 딱지를 마음 속에 품고 살아가는 이 다무라 히사오라는 남자의 모습이 어쩌면 몇 년 후의 내 모습이 될 거라는 생각을 하니 매우 우울해졌다. 아니, 몇 년 후까지 갈 것도 없이 당장 지금의 나와 너무도 흡사해서 좀 울컥해버렸다.
밀린 레포트와 온갖 조과제, 아는 언니의 과제를 도와주는 일로 하루 평균 3시간 자는 생활을 약 2주 동안 하고 정작 조과제 발표 날은 그 전날까지 밤 새서 준비물 만들고, 대본 만들었던 거 사전 시간 배분 miss로 내 분량 반이 날아가는 바람에 다 무용지물 되고, 정작 내 수정된 분량 연습이 부족해서 내 발표는 엉망, 시험기간임에도 불구하고(+수면부족) 과천 서울랜드까지 가서 발표에 쓸 리포팅물 찍겠다고 난리쳐서 찍은 영상, 편집까지 해서 발표날 쓰려했더니, 아침에 내가 테이프 집에 놓고 와서 집까지 왕복 3시간되는 그 거리 갔다왔더니 정작, 스튜디오에 영상 틀 TV가 준비가 안되서 틀어보지도 못하고 그대로 쫑.
과다한 과제 소화로 정작 기말고사 준비는 완전 제로상태, 벼락치기로 또 한 주 꼴랑 날밤 샜지만 역시나 역부족. 결국 시험도 그대로 다 말아먹었다.
그리고 시험 끝나고 남아있던 마지막 조과제물은 조원 애 믿고 맡겼던 촬영은 요구했던 분량의 30%밖에 되어있지 않은 상태여서 망연자실, 거의 포기상태였는데, 그때까지 별로 관심없던 다른 조원 애가(무려 "어차피 C+인데 걍 대충하고 끝내자"라고 말했던) 갑자기 혼자 분개하며 어떻게 어떻게 추가 촬영한 덕분에 그래도 약 50%는 채워서 나머지 후반 작업은 고스란히 내가 떠안게 됐다.
시험 끝나고 또 학교 가서 약 4시간 동안 컴퓨터 자리 없고, 도저히 편집할 여건이 안되서 방황만 하다가 결국 집으로 귀가, 그날 역시 다음 날 해뜨는 거 보면서 기적적으로 편집 마무리 지어서 쾡한 눈으로 아침 10시까지 학교로 고고씽했지만 실습실 조교가 늦게 와서 그대로 30분 그냥 날리고 그래도 어떻게어떻게 나래이션이랑 마지막 교정봐서 30분 오바했지만 과제 제출했다.
그리고 오늘, 원래 계획대로라면 일주일 중 6일 근무, 하루 5시간에 월 30이라는 노동법에 저촉되는 저임금이지만 일본인 점원에게 일본어를 배울 수 있다는 기막힌 조건에 알바하기로 한 곳에서 멋진 첫 근무를 했어야 했지만 내가 저번주 토요일에 확인 전화 안 한 것 때문에 그대로 쫑. 허망한 여름방학의 시작을 예고했다. (무려 오늘 내로 시간 조정을 하든 짜르든 다시 전화를 주겠다고 했건만, 내가 중간에 메시지까지 남겼건만 오늘은 지나버렸다)
정말정말 너무너무 속상하고 화나고 눈물조차 나오지 않을 정도로 억울했지만
정말이지 울 수도 누구에게 화를 낼 수도 없었던 건 이 모든 게, 어쨌든 내 판단에 의해 이루어진 결과이며 내 잘못이기 때문이었다.
발표 시간 배분도 가안(假案) 때 내가 한 거였고, 어차피 발표 연습은 개인이 해야할 몫이었다. 테이프 안 가져 간 것도 내 잘못이었고, 서울랜드 촬영도,,,,솔직히 별로 필요없고 오바였다고 생각했던 시점에서 한 번 말이라도 했어야 했다. 좀 더 실질적인 걸로 하자고 제안이라도 했어야했다. 시험 공부 못한 건, 솔직히 핑계고 평소에 하면 됐다. 그리고 영상물 제작. 중간 과제 때 충분히 조원 애들 파악했었고
파악했었다면 그들에게 촬영을 맡긴 건, 솔직히 기말 과제 포기했다고 말 할 수 있는 거다. 솔직한 심정으론 그랬다. '너희들도 한 번 내 입장 좀 헤아려 봐-' 하는. 그건 과제의 완성보단 내 분풀이에 가까웠다. 그리고 알바도, 분명 처음 면접보러 갔을 때 '저는 확정적으로 정했습니다'하고
월요일부터 일 나오겠다는 말을 하고 들었지만, '그래도 생각해보고 확실해지면 토요일쯤 전화줘요'하는 지나치는 듯 했던 말을 기억하지 못했던 것은 내 잘못이었다.
"젊다는 건 특권이야. 너는 얼마든지 실패해도 괜찮다는 특권을 가졌어. "라는 이 책읜 홍보문구처럼, 소설 속 취객 아저씨의 말처럼
스무살, 지금의 나는 아직 마음껏 시도해보고 도전해보고 그리고 실패해봐도 되는 시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머피의 법칙처럼 이렇게 한꺼번에 몰리는 암담한 상황은 좀 당황스럽다. 아니, 많이 당황스럽고 감당하기 힘들다.
요즘, 2학기를 휴학할까 진지하게 고민을 해봤는데, 3학년 1학기때 교환학생을 간다는 명목으로 휴학을 생각한다는 게 일단 첫째라고 하지만,
사실은, 이번 1학기 때 이렇게 크게 덴 탓에 질리고 두려워서 도피의 마음으로 휴학을 떠올린 게 실질적인 첫째 이유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사회에 나가면, 책 속 다무라군처럼 아무리 억울하고 힘든 일이 겹치고 덮쳐도
대학생이라는 신분의 지금의 나와 같이 멋대로 휴학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또 멋대로 사표를 낼 수도 없을 것이다. 난 그저 철없는, 세상 물정 모른는 스무살이었던 걸까?
책 속 다무라군은 그 순간을 잘 견디고 어엿한 프리랜서가 되어서(물론 이런 저런 문제에 시달리긴 하지만) 잘 살아가던데 난 이런 식으로라면 금방 낙오자가 되는 건 십상이겠지?
.....
별에별 생각과 걱정이 떠올랐다. 그러면서 요즘 휴학 생각과 함께 간절해진 생각이있는데
아무도 없는 곳에 훌쩍 떠나고 싶다. 하는 것이 그것이었다. 두번째 도피 생각이었다.
남자친구도 생기고 싶고 친구들도 맨날 만나고 싶었지만
한편으론 나를 아는 모든 사람들로부터 떨어져 인적 드문 날씨 좋은 동네에서 그냥 한가로이 지내고 싶다.....하는 소망.
....아니, 대망(大望)인가.
여튼,,,책 이야기 하다가 갑자기 삼천포로 빠져버렸는데, 약 30년의 갭이 있는 시간적 배경이지만
'20대'라는 공감대는 시대를 초월하는 것인 것 같았다.(성별도)
뭐랄까, 지금 내 상황이 그다지 확 극복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 같고,
나름대로 한 번 생각해봐도 좋을 시점인 거 같아서
"그래! 힘내자! 아자아자!"하는 기분은 나지 않았지만,
서른 즈음의 다무라와 그의 친구들이 한 자리에 모여
소싯적 음악평론가니(무려 내 어릴적 꿈이었다!) 영화감독이니 하는 자신들의 꿈을 털어 놓으며
'젊은 시절의 꿈'쯤으로 가볍게 이야기 하는 모습은 뭔가 시간이 지나면 아무것도 아닌 게 될 수 있을까나,,,,하는 기대가 돼서 조금 위로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