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7월 16일 목요일

BOOK:: 『중력삐에로』이사카 코타로

 

 

 

 

 

 

 

 

 

 

 

이사카코타로(伊坂幸太郞)/양억관/작가정신/2006

 

 

 

처음 제목만 봤을 땐 이적의 '지문 사냥꾼' 같은 건 줄 알았다;; 뭐 지문사냥꾼도 본 적은 없지만;

여튼 여러 에피소드들의 모음집일 거라고 멋대로 생각했었다. 아니면 적어도 일본 전형의 그렇고 그런

소설일 것이다,,,,라고.

허참. 그런데 이거, 읽고 나서 완전 뒷통수 맞은 기분이었다. 로맨스도 성장소설도 뭣도 아닌

추리소설이라니.

 

 

개인적으로 추리소설을 즐겨 보진 않는다.(계속 밝히기에 별로 자랑스러운 건 아니지만 장르를 불문하고 책은 별로 즐겨 보지 않는다-_-) 하지만 스토리 탄탄한 각종 스릴러 영화는 좋아한다.

왜냐하면, 시나리오 작가의 심열을 기울인 꼬인 전개를 영화에서 제공하는 수준 정도의 단서 영상과 각종 힌트가 아님 그다지 머리 써가면서 문제를 풀고 싶지 않은 거다. (단적인 예로, 다빈치 코드 영화는 봤지만 책은 처음 열 페이지 정도 읽고 접었다-_-) 아니, 바른대로 말하자면 내가 풀지도 못할, 엄두도 못낼 그런 문제, 읽으면서 힘들어하고 자존심 상하고 싶지 않은 거다.

그래서 애써 그 재밌다는 추리소설들 잘 안 읽는 나인데, 전혀 추리소설이라고는 생각도 못하다가

읽다보니 어느새 사건에 휘말려 있는 나를 발견한 꼴이라니. 젠장.

보통의 나같으면 다른 사람들이 아무리 재밌다고 해도 내가 싫으면 바로 포기하고 그만두는 스타일이기에 책을 덮었으면 될 일이었지만, (실제로 만화책 데스노트는 4권 중간에 라이톤가 L인가가 추리하는 내용이 무서우리만치 많은 활자로 쓰여진 페이지에서 '기브업'을 외치고 책을 덮었다-_-)

더 젠장스러운 것은, 덮기는 커녕 오히려 열을 내며 책장을 넘기는 속도를 올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내가 예상할 수 있는 결말이 분명히, 반드시 기다리고 있음을 알면서도 긴장감에, 궁금증에

읽을 수밖에 없는 이 소설.

그래, 왜 사람들이 재밌다고 했었는지 알겠다. 규규규규규구-웃~(<-나름 에도히로미버전;;)

 

 

 

이 책을 읽으면서 두 가지의 생각을 했다.

 

하나는,' 역시 추리소설은 읽을 게 못된다'였다. 아니, '읽기에 빈정상한다.'

 

영화나 만화나 소설, 형식을 불문하고 추리소설 속 사건의 '범인'과 '해결자'들은

하나같이 비상하게 유식하다. 아니, 비상하게 잡다식하다고 해야하나. 여튼, 평범하진 않다.

이 전제부터가 난 싫은 거다. 어느 공감도 일으킬 수 없다. 물론 안 그런 추리소설도 있을 수 있겠지만, 이 책은 여튼 그랬다. 작품 속 인물들이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이야기들을 떠벌릴때면

이야기 속에 동화되있던 내가 순간 '아, 그래 이거 소설이지'라는 각성을 하고

'그래 너, 작가. 똑똑하다 똑똑해'라고 빈정대게 되는 거다. 아니면 '지독하다-_-'라든가. 

 

이 책의 화자는 일단 '이즈미'라는 남자로, 유전자 연구 관련 회사에 다니는 회사원이다. 어릴적부터 다독을 했고 글자 퍼즐을 푸는 걸 좋아했다.

유전자에 대한 해박한 지식은 물론 다독으로 쌓인 비상한 상식은 두 말하면 잔소리다.

그의 동생 '하루'는 어머니를 강간한 어떤 강간범에 의해 생긴 자식으로 이즈미와는 불운한 이복형제다로, 이즈미 가족 중 어느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는 뛰어난 미적 감각과 역시 다독과 나름의 탄생배경을 안고 생긴 정신적 감가의 소유자로 이 책 속 사건의 중심이다.

일단 대충 중요 인물은 이 둘인데, 위와 같은 대충의 소개만으로도 별로 평범한 인물 설정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둘이 갖고 있는 믿을 수 없을만큼 철학적이고 유식한 대화를 보고 있자면 위와 같이 빈정이 상하기도 했지만 사건의 진상이 밝혀질 수록 온몸을 오싹하게 만들어버리는 기발함은 사람 많은 지하철에서 '꺅!'하고 나도 모르게 소리지르게 할 뻔 했다.

 

그리고 추리소설이 싫은 또 한가지 이유는, 읽는 내내 '이것도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 '이게 혹시 나중에 중요한 단서가 되는 건 아닐까?'하며 나 혼자 미간에 주름 잡아가면서 고민을 해야한다는 거다. 하지만 내가 추리할 수 있는 건 작가가 던져 논 정보가 다일 뿐이며 내가 살펴보고 싶은 그 외의 것은 어떻게 해서든 알 수 없다. 작가가 묘사해주지 않는 이상 난 주인공의 머리카락 색깔도 알 수 없다.

그리고 결말에 하나하나씩 무릎 칠만한 해설을 늘어놓는 것을 보면 기운이 쫙 빠진다.

'내가 지금까지 뭐한거야'라며.

그리고 이어서 너무 들어맞아는 필연이어서 우연인 것 보다 더 현실감 떨어지는 해법에 조금 정나미가 떨어진다. '있을 수 없는 일이야'라며.

그런데 이 책에선 우연히 발견된 규칙과 사건의 연관성을 이으려는 주인공의 모습이 왠지 독자의 모습인 거 같아(실제로 그런 상황이었지만) 조금 위로라면 위로가 됐달까.

 

여튼 여튼, 다독을 하지 않은 내 자신에게서 나오는 비교대상 없는 괜한 열등감에 나도 모르게 휩싸이게 만들어버리는 추리소설이 난 싫은 거다.

내가 '이정도면 됐을라나?'라고 스스로 납득할 수 있기 전까진, 안되는 거다.

 

 

 

다른 하나는, 그다지 책에서 의도한 건 아니었겠지만 폭력에 대한 회의다. 무슨 회의냐 하면,

폭력을 무조건 부정적으로 여긴 것에 대한 회의.

 

가끔 청소년들의 범죄와 폭력이 난무하는 영화와의 연관성을 거들먹거리는 뉴스를 접할 때마다 나는 힘껏 비웃어줬었다. '애들이라고 모두 뇌가 없는 건 아니다'라며. 이렇게 개인의 이성을 충분히 믿는 나의 성향은 과장광고의 피해사례나 그런 걸 접할 때도 비슷하게 적용됐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그래, 사람 죽이는 게 뭐 별건가'라는 생각을 나도 모르게 해버렸다.

물론, 이 책이 '살인'이라는 극악무도한 짓을 종용하거나 예찬하거나 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자신의 어머니를 강간했던, 그리고 생물학적으로 자신의 친아버지가 되는 강간범을 야구배트로 후려쳐 죽여버리는 장면에선 평소 같으면 머릿 속으로 상상하면서 눈쌀이라도 찌뿌렸을 텐데, 오늘은 오히려 묘하게 마음이 후련해지는 것이 왠지 나도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아니, 나도 하고 싶었다.

'강간이 뭐가 나빠!'라고 외치던 하루의 친부(親父), 가츠라기를 흔한 표현이지만 갈아마셔도 시원찮을 것 같았다.

 

하루는 어머니의 일 때문에 성()에 대해 굉장히 부정적인 입장이다. 이는 자연스레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혐오로 이어진다. 성적부분에 대해.

그의 무수한 주장을 보고 있자니 말은 안되지만 수긍이 되는 아이러니가 펼쳐졌다.

하지만 그의 말이 맞든 틀리든, 내 개인적인 생각으론 강간은 살인보다 더 추악하고 용서받을 수 없는 죄인 거 같다. 살인은 어떤 이유라면 용서가 되지만 강간은 어떤 이유에서라도 용서가 안된다.

강간뿐만 아니라 성에 관련된 그 어떤 범죄는 경중(경중을 나눌 수 있는것도 아니지만)을 떠나서 모두 용서가 안된다.

이건 쫌 다른 얘기지만 왠지 요즘 남자들에 대한 기피까지 생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성범죄가 모두 남자들에 의해 일어나는 건 아니지만)

TV나 사람들 얘기를 접할 때마다 남자들의 외도라든가 불륜이라든가, 여자들을 대할 때의 태도라든가 그런 것들을 보면서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 거다. 어쩜 그렇게 쉽게, 가볍게, 아무렇지 않게 그럴 수 있는 걸까. 물론 이 세상 모든 남자가 다 그런 건 아니다. 뭐 그렇다고 한다. 하지만 요즘은 '그래도 남자는 다 늑대다'라는 옛말에 더 마음이 간달까.

뭐,,,,,여튼-_- (이건 진짜 여담이니까 다음에,,,,)

이 책 읽으면서 매스컴 효과 이론 중 탄환이론이니 피하주사이론이니 하는 강효과이론이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좀 하게 됐다-_-;;;

 

 

 

 

 

하아,,,,난 긴장하는 거 싫어, 다음엔 좀 느슨한 걸 읽어야지,,,,에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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