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7월 23일 목요일

Everything's gonna be all....right?

 

다 잘 될거야..

다 잘 되겠지..

어떻게든 되겠지..

 

뭐 이런 식으로 자기 합리화와 자위(自慰)를 하고는 있지만....

이 참을 수 없는 불안함과 나 자신에 대한 불신이 초각을 다투며 나를 잠식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매진할 수 없는 아이러니, 포기도 나태도 아닌 무기력증.

 

 

 

.

.

.

.

 

 

 

영어야, 토플아....헬프미ㅠ_ㅠ...

 

 

 

 

    토플 시험 이틀 앞두고 고도의 불안감과 울렁증으로

    슬금슬금 현실도피를 시도 中

 

BOOK:: 『박사가 사랑한 수식』 오가와 요코

 오가와 요코 / 김난주 / 이레 / 2004

 

 

언젠가 동명의 영화를 선전하는 '예고편' 비스무리한 걸 '스치듯' 본 적이 있는데,

그냥 뭔가 특이한 소재로 사랑 이야기를 다룬 영화인 줄 일았다.

뭐 어느정도 맞는 예상이었지만, 전혀 다른 것이기도 했다.

이렇게까지 가슴 뭉클해지는 소설일 줄은 꿈에도 몰랐으므로.

 

요즘 너무 책도 안 읽고 너무 바삐만 돌아가는 일상이라, 간만에 머리도 식힐 겸 소설 책이 읽고 싶었다.

원래는 오쿠다 히데오 작가의 유쾌한 소설이나 읽어볼까 했는데, 도서관에서 모두 대출중이라

우연히 눈에 뜨인 제목을 보고 차선책으로 고른 책이었다.

 

소설의 내용은 제목 그대로 '수식을 사랑하는 박사'의 이야기다.

좀 더 디테일을 주자면 수식을 사랑하는 박사와 그를 돌보는 파출부와 아들의 이야기'랄까.

근데, 요 셋이, 아니 수식까지 합쳐서 넷이 만들어내는 일상의 이야기들이 보통이 아니다.

 

신비하고 놀라운 수의 세계의 단편을 들여다보는 재미도 쏠쏠하고

80분짜리 기억 테이프를 갖고 있는 박사와 파출부 모자 간의 에피소드들에서 나타나는 감동의 쓰나미는

예고도 없이 불쑥불쑥 코끝은 찡하게 만든다.

박사 양복에 덕지덕지 붙어있는 메모지들 사이로

새롭게 파출부의 그림이 자리잡았을 때 밀려오던 감동이란.

 

소설의 대단원이 다가올 수록 '좀만 더..좀만 더...'하고 속으로 빌었다.

오랜만에 재밌는 소설을 읽었다.

BOOK:: 『고민하는 힘』강상중

고민하는 힘 / 강상중/ 이경덕 / 사계절 / 2009

 

 

전에 인터넷 교보를 드나들다가 심심치 않게 눈에 띄던 책이 있었다.

꽤나 열심히 홍보하던 책이었는데, 뭔가 싶어서 제목을 보니 '고민하는 힘'이었다.

와아. 요즘같이 귀찮고 머리 복잡해지는 거 싫어하는 시대에서 감히 '고민'을 논하다니.

대단하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래서 좀 더 보니, 저자 이름은 분명 한국인 같은데 역자가 함께 있다.

그리고 일본 독자 100만 어쩌구 하는 홍보문구.

오오. 재일교포의 힘을 보여주는 것인가.

 

광고에 낚인 건지는 모르겠지만 흥미가 생겨서 사려고 벼르고 있었다.

그런데 학교 도서관에 입고 됐다는 소식에 한달음에 달려가 바로 대출했다. (진심으로 사서 소장하려 했었다...) 생각보다 얇은 두께에 잠시 멈칫 했지만, 약 한 달을 기다린 나의 기대는 망설임 없이 책장을 넘기게 했다.

 

책의 논지는 전체적으로 나쓰메 소세키막스 베버를 투톱으로 하여(..나쓰메 소세키 우세) 진행되고 있었다. '나쓰메 소세키가 얼마나 현대사회의 개인에 대한 혜안을 갖고 있었는가'에 대해 그의 작품들 속 인물들을 예로 들어 설명하고 있는데, 그 부분에 있어서는 참으로 동의가 되더라.

 

책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기본 중에 기본인 '자아'에 대한 고민부터 제안한다.

인상깊었던 것 중에 '자아중심적'이라는 것과 '자기중심적'이라는 말을 구분해야한다는 부분이 있었는데, 자기중심적인 사람은 타아를 인정하지 않지만 자아를 중시하는 사람은 그와 비례하게 타아를 존중한다는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점점 퇴색되고 있는 개인주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한다.

 

이 밖에도 '', '청춘', '', '사랑', '죽음' 과 같은 아주 기본적이면서

동시에 매우 어려운 개념에 대해 저자 자신의 경험담과 생각, 나쓰메 소시키의 소설 속 인물들을 적절히 배치하여 어렵지 않게 풀어나가고 있다.

 

하지만, 어떻게 이 책이 '일본인 100만명을 일으켜 세운' 건지는 잘 모르겠다.

내가 너무 기대를 많이 하고 있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딱히 '그래! 이거야!!'하는 느낌이 없달까.

말하자면, 고등학교 윤리 교과서 같은 느낌인 것이다. 물론 좀 더 현실적이고 공감이 가는 건 있었지만.

 

 

얼마 전부터(내가 책을 워낙 가까이 하지 않았어서 훨씬 전부터일 수도 있지만)

'시크릿' 같은 무슨무슨 해결서들 같은 게 마구 나오고 있는데, 대충 훑어보면 생각보다 두리뭉실하거나

수박 겉핥기 식인 경우가 꽤 있는 것 같다.

물론 그런 고민들, 문제들이 그렇게 명확한 해결책들이 제시될 수 있는 것이었으면 애초에 문제가 될리도 없겠지만 하아...그래도 뭔가 허전한 이건 어쩔 수 없는 거고.

 

요즘 안팍으로 한숨 나올 일밖에 없는 세상이지만,

 

그래도 언제나 나 자신에 대해 진중하고 당당하게 맞서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교훈(?)은 참 값진 것이었던 것 같다.

BOOK:: 『사랑을 주세요』 츠지 히토나리

 츠지 히토나리(辻仁成) / 양윤옥 /북하우스 / 2005

 

저번 학기 일본어 독해 선생님의 추천으로 읽게 된 책인데,

처음엔 "뭐야, 이거 또 성장소설?;;;" 하면서 시작했습니다.

뭔가 '사랑'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찬 고아의 개과천선기, 같은.

 

그런데,,,,이건 뭡니까 츠지 히토나리씨,,,,

제 생에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에서 포르투가 아저씨가 죽었을 때 만큼,

로베르토 베니니의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아버지가 죽기 전 애 쓰레기통 같은데 숨길 때 만큼,

강한 충격으로 눈물을 쏟아내게 만들다니요,,,ㅠㅠ

진짜 못됐어!!!! 날 그렇게 안심시켜 놓고!!!!!>ㅁ<

 

시간이 남아돌아도 집에서는 책을 못 읽는 저의 이상한 버릇때문에

대부분의 독서는 지하철에서 이루어지는데요, 사람많은 지하철에서 대성통곡할까봐

클라이막스에서 책을 덮어버렸답니다ㅜㅠ

그렇게 김빠지게 끊어먹으면서까지 읽었지만, 그래도 펼칠 때마다 눈시울은 붉어지고 목은 매이고,

그리고 가만히 있을 때도 문득 문득 떠오를 때면 코 끝이 찡해집니다.

 

두 남녀가 주고 받는 편지로 이어지는 이 소설은,

처음엔 정말 사랑에 대한 불신을 어떻게든 개선시키려는 노력을 보이는 그저 그런 책같았어요.

물론, 그 한 마디 한 마디가, 제가 사춘기 시절 안고 있었던(뭐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그런 류의 고민들에 너무나도 위로가 되는 말들이어서 그것만으로도 참 좋았지만요.

 

그런데 이것이 후반부에 '빵!' 터지는 반전에 그만, 혀를 내둘렀어요.

(물론 제가 둔해서 눈치 못챈 거일 수도 있습니다만;;)

정말 영화보다도 더 영화같고, 소설보다도 더 소설같은 그런 이야기였는데(말에 어패가 있긴 합니다만^^;) 뭔가 고전적이고 가슴 뭉클해지는 감동의 이야기를 접하고 싶으신 분들에겐 정말 더할나위 없을 책인 거 같습니다. 더불어, 진정한 사랑이 뭔지, 삶이란 뭔지,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하고 느낄 수 있는 기회도 될 거 같구요.

 

'냉정과 열정 사이'에서 별로 그다지 좋은 인상은 받지 못했던

(그당시만 해도 그정도의 소설 속 성인남녀의 관계 묘사는 저에겐 버거웠던 듯;;)

작가였는데, 이 작품을 계기로 뭔가 다시 보게 됐습니다-_-;;

 

여튼, ,,,,흑, 지금 생각해도 너무 슬퍼요ㅠㅠㅠㅠ

 

 

 

     '힘내라, 열심히 살아라'라고 격려하는 소리들만 넘치는 세상,

      이제 사람들은 그런 말로는 참된 힘이 솟지 않아.

      나는 도리어 이렇게 말하고 싶어.

     

         "힘내지 않아도 괜찮아"

                    .....

      몹쓸 사람들은 우리에게 지나치게 부담을 주는 그런 사람들이야.

      힘을 내지 않아도 좋아.

      자기 속도에 맞춰 그저 한발 한발 나아가면 되는 거야.

 

 

                                                           

                                                       '사랑을 주세요' 中 .... 지금 나에게 힘이 되는 말이었어요.

 

2009년 7월 16일 목요일

BOOK:: 『동경산책』『바다에서 기다리다』『도련님』

 

 

 

 

 

 

 

 

 

 

 

마치다 코우(町田庚)/전하연/랜덤하우스코리아(랜덤하우스중앙)/2007

 

이 책은 순전히 '동경산책'이란 제목과 표지의 알록달록 동경 여행 가이드 책에서나 볼 수 있는 동경의 풍경 사진이 마음에 들어서 빌려봤던 책이다.

결과적으로 말하면 기대와는 조금 다른 방향의 책이었고, 다 읽지는 못했다. 반납기한이 걸려서-_-;

처음엔 '작가가 포착한 환상적인 도쿄'라는 부제에 '흠, 이거 뭔가 흥미진진하겠군!'했지만.

글쎄,,,,도저히 '환상적인'이라는 수식어가 붙을만한 내용은 아니었던 듯. 물론 내가 끝까지 읽지 않아 뒤에 대반전이 있는지 어쩐지는 모르겠으나 일단,,,,이 책은 작가가 '표연'이라는 알 수 없는 것을 목표로 도쿄를 '산책'을 빙자한 '배회'를 하는 내용이다. 그리고 작가의 말대로라면 '표연하게 여행하는' 작가가 도쿄의 곳곳에서 느끼는 도쿄는 그다지 긍정적이지 못하다-_-

하지만, 일단 일차적으로 내 기대와는 좀 다른 내용이었다만, 다른 의미로 이 책은 참 신선하고 좋았다.

'도대체 이 작자, 뭐 하는 사람?;'이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엄청나게 창의적이고 독특한 세계관과 망상의 에너지(;;). 가끔가다가 내비춰지는 세상 부조리에 대한 통쾌한 옹알이(쫌 모순이지만, 속으로만 호통치는 그의 모습이 쫌 귀여워서ㅎ). 보는 내내 주위 사람들 시선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히죽히죽 웃었던 기억이 난다. 근데 아니나 다를까. 이놈에 작가, 전직이 펑크락 밴드 보컬리스트였단다. 나원참. 한마디로 정리가 되는구만ㅎㅎ

 

여튼, 반납 기한만 더 있었다면 다 읽었을 텐데, 아쉽다. (그러면서 다시 빌려 보지 않는 건 뭐?;)

 

 

 

 

 

 

 

 

 

 

 

 

이토야마 아키코(絲山秋子)/권남희/북폴리오/2006

 

 

표지 일러스타가 마음에 들었다. 그러고 무쟈게 얇은 책의 두께. 정말 내 독서 성품(?) 다 까발려진다-_-;

표지에 '아쿠다카와상 수상작'이라고 뭐 얼마나 권위있는 상인지는 잘 모르지만 꽤 권위있으니 표지에 박아놨겠지. 여튼, 그렇다고 하는데,,,,흐음. 솔직히 잘 모르겠던걸?-_-;;

 

짧은 단편 두 개가 모여있는 단편집이다.

가뜩이나 얇은 책이 또 두 개의 이야기로 나뉘어져 있으니 그 각각의 단편은 얼마나 짧겠는가.

여튼, 읽는 나는 한 시간이란 시간에 후딱 읽을 수 있어 좋았고

내용도 뭐 하나 어려울 것 없는 이야기들이어서 또 좋았다.

 

처음 단편은 책 제목과 같은 '바다에서 기다리다'.

이 이야기 처음에 읽었을 땐, "엥? 이거 기담집이야?;;"했다. 무려 유령이 출현하신다-_-

물론, 신도와 불교, 온갖 다신교의 나라인 일본에서 '혼령'이란 전혀 낯선 소재가 아니므로, 또 그걸 알고 있는 나이므로 별로 이상할 건 업었지만 현대물에, 그것도 수상작에 유령이라니.

흠, 여튼 처음 쪼금 놀랐다가 곧 적응했다.

이름만으로는 성별을 구분하기가 아직 어려운 나로썬 이야기 속 두 인물이 '남-남'인지 '남-여'인지가 중후반부터 구분할 수 있었는데,(결국 남-여) 결과적으로 그 정도로 이성'친구' 간의 애틋한 '우정'에 대한 이야기였다. 플러스 일본 소설 특유의 개인이 갖는 속사정에 대한 '표연한' 묘사.

꽤 분위기 있는 이야기였다.

 

두번째 단편은 '노동감사절'.

노동감사절이라 해서 처음엔 '엥? 중국 이야긴가?'했다. 노동절이 생각나서-_-

그런데, 알고 보니 일본에도 '노동 감사의 날'이란 게 있었던 거다-_-;;;

여튼, 이건 왠지 미래의 나의 모습을 보여주는 이야기였는데;;; 능력'없는' 노처녀의 최악의 맞선 이야기였다. 역시 플러스 여성으로 갖는 사회적 어려움을 조금 현실감 있게 그려낸 이야기.

정말 '아직도 이렇게 생각하는 멍청이가 있단 말인가?'할 정도로 구시대적 남자가 맞선 상대로 나오는데(물론 여자 주인공은 뛰쳐나왔다;;)

그녀의 행동들이나(직장에서라든가) 생각들이 묘하게 나랑 똑 맞아떨어지는 것이,

'아, 나도 이렇게 억세면, 미래엔 이렇게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인걸까?;;' 하는 비관적인 생각이,,,,,

제발 내가 사회에 나갈 땐(정말 얼마 안남았다만-_-) 억센 여자도 받아들여질 수 있는 사회이길,,,,

하는 바람이,,,,,;;;;


+) 아무리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가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지만,

    참, 자기 자서전적 이야기들이 많은 것 같다-_-;; 저번에 읽었던 '스무살, 도쿄'도 그렇고,,,,

    이 단편(노동감사절)도 작가의 경험을 토대로 했다고 한다,,,,참;

 

 

 

 

 

 

 

 

 

っちゃん

나쓰메 소세키()/육후연/인디북/2002

 

 

나도 이제 그 '명작'이란 거 읽어보련다.

,,,,,해서 읽은 건 아니고-_-;;

2학기 교양 중 '동양명작의 이해'라는 과목을 신청해 놔서 속독이 안되는 나 자신을 너무 잘 알기에

조금이라도 시간있을 때 읽어두려고 읽기 시작했다.

 

 

나쓰메 소세키. 이 얼마나 유명한 이름이란 말인가.

신권부터는 아니지만 구권 천엔짜리에 그 모습이 당당히 올라있기도 한 소설가.

얼마나 추앙받았으면 지폐에까지 올랐었을까.

여튼.

 

읽어봐야지,,읽어봐야지 하다가 이번에서야 읽게된 "봇짱, 도련님"은 좀 예상 외였다.

정말, 진짜 요만큼도 사전 지식이 없었던 나로선 "도련님"이란 제목만 보고선,

우리나라에서 갖는 "도련님"이란 단어가 갖는 이미지만 떠올리고는

'흐음, 어느 병약한 도련님의 구슬픈 이야기인가?'하고 멋대로 생각해버렸었다;;;

그런데 이건 뭐. 거의 GTO이던 걸?;;;

 

내가 기대했던 화려하고 수려한 문장력이라든가 하는 건 빌어먹을 번역체에(도대체 구어체를 문어체로! 로보트체로 하는 게 어딨어요!!ㅠㅠ) 묻혀 기대할 수 없었다만,(뭐, 그런 류의 소설도 아니었던 거 같다만) 충분히 '명작은 명작이구나'하는 생각을 갖을 수 있었다.

 

우선, 어릴적 사고뭉치로 유명했던 주인공은 부모님에게도 외면받을만큼 악동이었다.

그렇지만 모든 일에 거짓 없이 솔직하고 정직한 것이 그의 성품이었다.

자신의 잘못도 바로바로 인정하고 시인할 줄 아는.

그런 그가, 도쿄에서만 살다가 시코쿠 시골의 한 중학교에 수학 교사로 채용되면서 겪는 사람 부조리에 대한 이야기를 해학적으로 풀어낸 이야기였다.

정말 잡아다가 한 대 속 시원하게 때려주고 싶은 인물에서부터 정나미 떨어지는 마을 사람들,

반면, 안쓰러울 정도로 당하고만 있는 쑥맥에 조금은 무모하지만 화끈한 싸나이 등등 정말 우리가 살면서 접할 수 있는 많은 인물상에 대한 재미난 이야기였다.

 

봇짱, 우리나라 말로눈 '도련님'이라 했지만, 이는 어린 아이를 귀여워할 때 부르는 애칭과 같은 거란다('아가야-'같은). 이 소설 속  주인공을 처음부터 죽을때까지 무조건적으로(정말 조건이 없었던 건진 확실치 않으나-_-) 믿고 아껴주는 인물이 있는데 집안 하녀였던 '기요'다.

몰락 귀족의 후예로서 하녀로 주인공 집안에서 일하는 기요는 어릴 적부터, 주인공네 집안이

해체되고 주인공이 성인이 되고 나서까지도 주인공을 '도련님'이라 부른다.

이는 아마도, 세상의 찌든 때에 물들지 않고 올곧고 정직한, 어떻게 보면 좀 모자란 듯한(;;) 그의 심성을 암시하고 있는 게 아닐까.

어른이 되면 될 수록 하기 힘들어지는 자기 반성, 그리고 자신의 잘못의 시인, 고백 등등을 너무나도 당당하고 자연스레 하는 그의 모습은 충분히 '봇짱' 소리를 들을만 했던 것 같다.

 

나는 과연 앞으로 살면서 '봇짱'으로 남을 수 있을까,,,?


BOOK:: 『중력삐에로』이사카 코타로

 

 

 

 

 

 

 

 

 

 

 

이사카코타로(伊坂幸太郞)/양억관/작가정신/2006

 

 

 

처음 제목만 봤을 땐 이적의 '지문 사냥꾼' 같은 건 줄 알았다;; 뭐 지문사냥꾼도 본 적은 없지만;

여튼 여러 에피소드들의 모음집일 거라고 멋대로 생각했었다. 아니면 적어도 일본 전형의 그렇고 그런

소설일 것이다,,,,라고.

허참. 그런데 이거, 읽고 나서 완전 뒷통수 맞은 기분이었다. 로맨스도 성장소설도 뭣도 아닌

추리소설이라니.

 

 

개인적으로 추리소설을 즐겨 보진 않는다.(계속 밝히기에 별로 자랑스러운 건 아니지만 장르를 불문하고 책은 별로 즐겨 보지 않는다-_-) 하지만 스토리 탄탄한 각종 스릴러 영화는 좋아한다.

왜냐하면, 시나리오 작가의 심열을 기울인 꼬인 전개를 영화에서 제공하는 수준 정도의 단서 영상과 각종 힌트가 아님 그다지 머리 써가면서 문제를 풀고 싶지 않은 거다. (단적인 예로, 다빈치 코드 영화는 봤지만 책은 처음 열 페이지 정도 읽고 접었다-_-) 아니, 바른대로 말하자면 내가 풀지도 못할, 엄두도 못낼 그런 문제, 읽으면서 힘들어하고 자존심 상하고 싶지 않은 거다.

그래서 애써 그 재밌다는 추리소설들 잘 안 읽는 나인데, 전혀 추리소설이라고는 생각도 못하다가

읽다보니 어느새 사건에 휘말려 있는 나를 발견한 꼴이라니. 젠장.

보통의 나같으면 다른 사람들이 아무리 재밌다고 해도 내가 싫으면 바로 포기하고 그만두는 스타일이기에 책을 덮었으면 될 일이었지만, (실제로 만화책 데스노트는 4권 중간에 라이톤가 L인가가 추리하는 내용이 무서우리만치 많은 활자로 쓰여진 페이지에서 '기브업'을 외치고 책을 덮었다-_-)

더 젠장스러운 것은, 덮기는 커녕 오히려 열을 내며 책장을 넘기는 속도를 올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내가 예상할 수 있는 결말이 분명히, 반드시 기다리고 있음을 알면서도 긴장감에, 궁금증에

읽을 수밖에 없는 이 소설.

그래, 왜 사람들이 재밌다고 했었는지 알겠다. 규규규규규구-웃~(<-나름 에도히로미버전;;)

 

 

 

이 책을 읽으면서 두 가지의 생각을 했다.

 

하나는,' 역시 추리소설은 읽을 게 못된다'였다. 아니, '읽기에 빈정상한다.'

 

영화나 만화나 소설, 형식을 불문하고 추리소설 속 사건의 '범인'과 '해결자'들은

하나같이 비상하게 유식하다. 아니, 비상하게 잡다식하다고 해야하나. 여튼, 평범하진 않다.

이 전제부터가 난 싫은 거다. 어느 공감도 일으킬 수 없다. 물론 안 그런 추리소설도 있을 수 있겠지만, 이 책은 여튼 그랬다. 작품 속 인물들이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이야기들을 떠벌릴때면

이야기 속에 동화되있던 내가 순간 '아, 그래 이거 소설이지'라는 각성을 하고

'그래 너, 작가. 똑똑하다 똑똑해'라고 빈정대게 되는 거다. 아니면 '지독하다-_-'라든가. 

 

이 책의 화자는 일단 '이즈미'라는 남자로, 유전자 연구 관련 회사에 다니는 회사원이다. 어릴적부터 다독을 했고 글자 퍼즐을 푸는 걸 좋아했다.

유전자에 대한 해박한 지식은 물론 다독으로 쌓인 비상한 상식은 두 말하면 잔소리다.

그의 동생 '하루'는 어머니를 강간한 어떤 강간범에 의해 생긴 자식으로 이즈미와는 불운한 이복형제다로, 이즈미 가족 중 어느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는 뛰어난 미적 감각과 역시 다독과 나름의 탄생배경을 안고 생긴 정신적 감가의 소유자로 이 책 속 사건의 중심이다.

일단 대충 중요 인물은 이 둘인데, 위와 같은 대충의 소개만으로도 별로 평범한 인물 설정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둘이 갖고 있는 믿을 수 없을만큼 철학적이고 유식한 대화를 보고 있자면 위와 같이 빈정이 상하기도 했지만 사건의 진상이 밝혀질 수록 온몸을 오싹하게 만들어버리는 기발함은 사람 많은 지하철에서 '꺅!'하고 나도 모르게 소리지르게 할 뻔 했다.

 

그리고 추리소설이 싫은 또 한가지 이유는, 읽는 내내 '이것도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 '이게 혹시 나중에 중요한 단서가 되는 건 아닐까?'하며 나 혼자 미간에 주름 잡아가면서 고민을 해야한다는 거다. 하지만 내가 추리할 수 있는 건 작가가 던져 논 정보가 다일 뿐이며 내가 살펴보고 싶은 그 외의 것은 어떻게 해서든 알 수 없다. 작가가 묘사해주지 않는 이상 난 주인공의 머리카락 색깔도 알 수 없다.

그리고 결말에 하나하나씩 무릎 칠만한 해설을 늘어놓는 것을 보면 기운이 쫙 빠진다.

'내가 지금까지 뭐한거야'라며.

그리고 이어서 너무 들어맞아는 필연이어서 우연인 것 보다 더 현실감 떨어지는 해법에 조금 정나미가 떨어진다. '있을 수 없는 일이야'라며.

그런데 이 책에선 우연히 발견된 규칙과 사건의 연관성을 이으려는 주인공의 모습이 왠지 독자의 모습인 거 같아(실제로 그런 상황이었지만) 조금 위로라면 위로가 됐달까.

 

여튼 여튼, 다독을 하지 않은 내 자신에게서 나오는 비교대상 없는 괜한 열등감에 나도 모르게 휩싸이게 만들어버리는 추리소설이 난 싫은 거다.

내가 '이정도면 됐을라나?'라고 스스로 납득할 수 있기 전까진, 안되는 거다.

 

 

 

다른 하나는, 그다지 책에서 의도한 건 아니었겠지만 폭력에 대한 회의다. 무슨 회의냐 하면,

폭력을 무조건 부정적으로 여긴 것에 대한 회의.

 

가끔 청소년들의 범죄와 폭력이 난무하는 영화와의 연관성을 거들먹거리는 뉴스를 접할 때마다 나는 힘껏 비웃어줬었다. '애들이라고 모두 뇌가 없는 건 아니다'라며. 이렇게 개인의 이성을 충분히 믿는 나의 성향은 과장광고의 피해사례나 그런 걸 접할 때도 비슷하게 적용됐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그래, 사람 죽이는 게 뭐 별건가'라는 생각을 나도 모르게 해버렸다.

물론, 이 책이 '살인'이라는 극악무도한 짓을 종용하거나 예찬하거나 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자신의 어머니를 강간했던, 그리고 생물학적으로 자신의 친아버지가 되는 강간범을 야구배트로 후려쳐 죽여버리는 장면에선 평소 같으면 머릿 속으로 상상하면서 눈쌀이라도 찌뿌렸을 텐데, 오늘은 오히려 묘하게 마음이 후련해지는 것이 왠지 나도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아니, 나도 하고 싶었다.

'강간이 뭐가 나빠!'라고 외치던 하루의 친부(親父), 가츠라기를 흔한 표현이지만 갈아마셔도 시원찮을 것 같았다.

 

하루는 어머니의 일 때문에 성()에 대해 굉장히 부정적인 입장이다. 이는 자연스레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혐오로 이어진다. 성적부분에 대해.

그의 무수한 주장을 보고 있자니 말은 안되지만 수긍이 되는 아이러니가 펼쳐졌다.

하지만 그의 말이 맞든 틀리든, 내 개인적인 생각으론 강간은 살인보다 더 추악하고 용서받을 수 없는 죄인 거 같다. 살인은 어떤 이유라면 용서가 되지만 강간은 어떤 이유에서라도 용서가 안된다.

강간뿐만 아니라 성에 관련된 그 어떤 범죄는 경중(경중을 나눌 수 있는것도 아니지만)을 떠나서 모두 용서가 안된다.

이건 쫌 다른 얘기지만 왠지 요즘 남자들에 대한 기피까지 생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성범죄가 모두 남자들에 의해 일어나는 건 아니지만)

TV나 사람들 얘기를 접할 때마다 남자들의 외도라든가 불륜이라든가, 여자들을 대할 때의 태도라든가 그런 것들을 보면서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 거다. 어쩜 그렇게 쉽게, 가볍게, 아무렇지 않게 그럴 수 있는 걸까. 물론 이 세상 모든 남자가 다 그런 건 아니다. 뭐 그렇다고 한다. 하지만 요즘은 '그래도 남자는 다 늑대다'라는 옛말에 더 마음이 간달까.

뭐,,,,,여튼-_- (이건 진짜 여담이니까 다음에,,,,)

이 책 읽으면서 매스컴 효과 이론 중 탄환이론이니 피하주사이론이니 하는 강효과이론이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좀 하게 됐다-_-;;;

 

 

 

 

 

하아,,,,난 긴장하는 거 싫어, 다음엔 좀 느슨한 걸 읽어야지,,,,에휴;;;

2009년 7월 14일 화요일

BOOK:: 『스무살, 도쿄』 오쿠다 히데오

 

 

 

 

 

 

 

 

 

 

 

 

 

 

東京 物語

오쿠다 히데오(奧田英朗) / 양윤옥 / 은행나무

 

 

저번에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를 읽고 단번에 그의 팬이 되었다.(그렇다고 뭐 그의 작품을 모조리 섭력했다거나 한 건 아니다)

이 책으로 한 번 더 팬이 되었다, 라고 하면 너무 상투적인가?

 

약속시간까지 빈 시간을 때우기 위해서 적당한 책을 사러 서점에 갔다가

익숙한 일러스트의 표지와 함께 '스무살, 도쿄'라는 다소 노골적으로 나의 구미를 당기는 책이 눈에 들어왔다. 거기다가 무려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

 

'공중그네'만큼 파격적으로 웃긴 소설은 아니었다만 그래도 역시 그의 소설이구나 싶었다.

그리고 뭔가 '자서전'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이야기.

주인공 '다무라 히사오'의 나이와 직업이 작가 오쿠다상의 나이와 한때 직업과 일치했다.

 

소설 이야기는, 제목 그대로 스무살, 뭐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20대'의 다무라군의 '도쿄'생활 이야기다.

나고야 출신인 그가 재수를 하겠단 명목으로(사실은 그저 아버지 가업과 고향에서 벗어나기 위해) 막무가네로 상경하는 열여덟부터 대학교 시절, 여름 새벽녘 푸른 공기 내음같은 연애 이야기, 집안 사정으로 대학을 중퇴하고 일찌감치 들어간 광고회사에서의 고생한 이야기,

어느정도 자리를 잡고 사회에서 겪는 많은 경우들 등등이 20대의 마지막 겨울까지, 지루하지 않게, 그렇지만 하고 싶은 이야기는 모조리 다 써놨다.

 

그 중, 역시나 내 무릎 탁 치게 만든 건 막 사회에 나가 온갖 억울한 일 당해가며 해나가는 고생한 이야기였다. 물론, 이 이야기의 시간적 배경이 무려 지금으로부터 28년 전이라 환경적 조건이 매우 달라 생기는 문제(예를 들면 휴대폰이 없는 것)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답답했지만, 여튼 그런 건 제쳐두고라도(별로 상황을 받아들이는데 걸림돌이 될 것도 아니다) 상사의 어의없는 실수에 몇 번이고 러시아워의 도로를 왔다갔다 하고 밥도 못 먹고 철없는 친구의 철없는 푸념은 끊이질 않고 자신이 고심하고 고뇌했던 캐치프레이즈는 계속계속 퇴짜를 맞고 며칠째 이어진 밤샘은 끝날 줄 모른다.

뭐랄까, 읽으면서 마치 '꽃보다 남자'를 읽는 듯, 계속해서 이어지는 꼬이는 상황에

"저녁까지 못먹으면 책 찢어버릴거야!!"라고 혼자 분개할 정도였다. (왜 나의 분노포인트는 먹는 것이었을까,,,,-_-;;) 사회 초년생, 대학교도 제대로 못마치고 딱히 확실한 미래도 없이 그다지 똑부러진 성격도 아닌, 나고야출신이라는 딱지를 마음 속에 품고 살아가는 이 다무라 히사오라는 남자의 모습이 어쩌면 몇 년 후의 내 모습이 될 거라는 생각을 하니 매우 우울해졌다. 아니, 몇 년 후까지 갈 것도 없이 당장 지금의 나와 너무도 흡사해서 좀 울컥해버렸다.

 

  밀린 레포트와 온갖 조과제, 아는 언니의 과제를 도와주는 일로 하루 평균 3시간 자는 생활을 약 2주 동안 하고 정작 조과제 발표 날은 그 전날까지 밤 새서 준비물 만들고, 대본 만들었던 거 사전 시간 배분 miss로 내 분량 반이 날아가는 바람에 다 무용지물 되고, 정작 내 수정된 분량 연습이 부족해서 내 발표는 엉망,  시험기간임에도 불구하고(+수면부족) 과천 서울랜드까지 가서 발표에 쓸 리포팅물 찍겠다고 난리쳐서 찍은 영상, 편집까지 해서 발표날 쓰려했더니, 아침에 내가 테이프 집에 놓고 와서 집까지 왕복 3시간되는 그 거리 갔다왔더니 정작, 스튜디오에 영상 틀 TV가 준비가 안되서 틀어보지도 못하고 그대로 쫑.

과다한 과제 소화로 정작 기말고사 준비는 완전 제로상태, 벼락치기로 또 한 주 꼴랑 날밤 샜지만 역시나 역부족. 결국 시험도 그대로 다 말아먹었다.

그리고 시험 끝나고 남아있던 마지막 조과제물은 조원 애 믿고 맡겼던 촬영은 요구했던 분량의 30%밖에 되어있지 않은 상태여서  망연자실, 거의 포기상태였는데, 그때까지 별로 관심없던 다른 조원 애가(무려 "어차피 C+인데 걍 대충하고 끝내자"라고 말했던) 갑자기 혼자 분개하며 어떻게 어떻게 추가 촬영한 덕분에 그래도 약 50%는 채워서 나머지 후반 작업은 고스란히 내가 떠안게 됐다.

  시험 끝나고 또 학교 가서 약 4시간 동안 컴퓨터 자리 없고, 도저히 편집할 여건이 안되서 방황만 하다가 결국 집으로 귀가, 그날 역시 다음 날 해뜨는 거 보면서 기적적으로 편집 마무리 지어서 쾡한 눈으로 아침 10시까지 학교로 고고씽했지만 실습실 조교가 늦게 와서 그대로 30분 그냥 날리고 그래도 어떻게어떻게 나래이션이랑 마지막 교정봐서 30분 오바했지만 과제 제출했다.

  그리고 오늘, 원래 계획대로라면 일주일 중 6일 근무, 하루 5시간에 월 30이라는 노동법에 저촉되는 저임금이지만 일본인 점원에게 일본어를 배울 수 있다는 기막힌 조건에 알바하기로 한 곳에서 멋진 첫 근무를 했어야 했지만 내가 저번주 토요일에 확인 전화 안 한 것 때문에 그대로 쫑. 허망한 여름방학의 시작을 예고했다. (무려 오늘 내로 시간 조정을 하든 짜르든 다시 전화를 주겠다고 했건만, 내가 중간에 메시지까지 남겼건만 오늘은 지나버렸다)

 

정말정말 너무너무 속상하고 화나고 눈물조차 나오지 않을 정도로 억울했지만

정말이지 울 수도 누구에게 화를 낼 수도 없었던 건 이 모든 게, 어쨌든 내 판단에 의해 이루어진 결과이며 내 잘못이기 때문이었다.

발표 시간 배분도 가안(假案) 때 내가 한 거였고, 어차피 발표 연습은 개인이 해야할 몫이었다. 테이프 안 가져 간 것도 내 잘못이었고, 서울랜드 촬영도,,,,솔직히 별로 필요없고 오바였다고 생각했던 시점에서 한 번 말이라도 했어야 했다. 좀 더 실질적인 걸로 하자고 제안이라도 했어야했다. 시험 공부 못한 건, 솔직히 핑계고 평소에 하면 됐다. 그리고 영상물 제작. 중간 과제 때 충분히 조원 애들 파악했었고

파악했었다면 그들에게 촬영을 맡긴 건, 솔직히 기말 과제 포기했다고 말 할 수 있는 거다. 솔직한 심정으론 그랬다. '너희들도 한 번 내 입장 좀 헤아려 봐-' 하는. 그건 과제의 완성보단 내 분풀이에 가까웠다.  그리고 알바도, 분명 처음 면접보러 갔을 때 '저는 확정적으로 정했습니다'하고

월요일부터 일 나오겠다는 말을 하고 들었지만, '그래도 생각해보고 확실해지면 토요일쯤 전화줘요'하는 지나치는 듯 했던 말을 기억하지 못했던 것은 내 잘못이었다.

 

 

"젊다는 건 특권이야. 너는 얼마든지 실패해도 괜찮다는 특권을 가졌어. "라는 이 책읜 홍보문구처럼, 소설 속 취객 아저씨의 말처럼

스무살, 지금의 나는 아직 마음껏 시도해보고 도전해보고 그리고 실패해봐도 되는 시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머피의 법칙처럼 이렇게 한꺼번에 몰리는 암담한 상황은 좀 당황스럽다. 아니, 많이 당황스럽고 감당하기 힘들다.

 

요즘, 2학기를 휴학할까 진지하게 고민을 해봤는데, 3학년 1학기때 교환학생을 간다는 명목으로 휴학을 생각한다는 게 일단 첫째라고 하지만,

사실은, 이번 1학기 때 이렇게 크게 덴 탓에 질리고 두려워서 도피의 마음으로 휴학을 떠올린 게 실질적인 첫째 이유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사회에 나가면, 책 속 다무라군처럼 아무리 억울하고 힘든 일이 겹치고 덮쳐도

대학생이라는 신분의 지금의 나와 같이 멋대로 휴학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또 멋대로 사표를 낼 수도 없을 것이다. 난 그저 철없는, 세상 물정 모른는 스무살이었던 걸까?

책 속 다무라군은 그 순간을 잘 견디고 어엿한 프리랜서가 되어서(물론 이런 저런 문제에 시달리긴 하지만) 잘 살아가던데 난 이런 식으로라면 금방 낙오자가 되는 건 십상이겠지?

.....

별에별 생각과 걱정이 떠올랐다. 그러면서 요즘 휴학 생각과 함께 간절해진 생각이있는데

아무도 없는 곳에 훌쩍 떠나고 싶다. 하는 것이 그것이었다. 두번째 도피 생각이었다.

남자친구도 생기고 싶고 친구들도 맨날 만나고 싶었지만

한편으론 나를 아는 모든 사람들로부터 떨어져 인적 드문 날씨 좋은 동네에서 그냥 한가로이 지내고 싶다.....하는 소망.

....아니, 대망(大望)인가.

 

여튼,,,책 이야기 하다가 갑자기 삼천포로 빠져버렸는데, 약 30년의 갭이 있는 시간적 배경이지만

'20대'라는 공감대는 시대를 초월하는 것인 것 같았다.(성별도)

뭐랄까, 지금 내 상황이 그다지 확 극복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 같고,

나름대로 한 번 생각해봐도 좋을 시점인 거 같아서

"그래! 힘내자! 아자아자!"하는 기분은 나지 않았지만,

 

서른 즈음의 다무라와 그의 친구들이 한 자리에 모여 

소싯적 음악평론가니(무려 내 어릴적 꿈이었다!) 영화감독이니 하는 자신들의 꿈을 털어 놓으며

'젊은 시절의 꿈'쯤으로 가볍게 이야기 하는 모습은 뭔가 시간이 지나면 아무것도 아닌 게 될 수 있을까나,,,,하는 기대가 돼서 조금 위로가 됐다.

BOOK::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에쿠니 가오리

 

 

 

 

 

 

 

 

 

 

 

いつか記憶からこぼれおちるとしても

에쿠니 가오리/김난주/소담출판사

 

 

아주 짧은 단편집이다.

'에쿠니 가오리',,,,뭐 이젠 따로 설명이 필요없는 일본 여류작가.

워낙에 책을 잘 안 읽는 나이지만

이 분의 문체는 정말이지 감히 '사랑'한다고 말 할 수 있다.

(정말 몇 권 안읽어봤지만;;)

조금은 서늘하게 담백한, 그렇지만 매정하진 않은 그런 문체.

'냉정과 열정 사이'도 그랬고 '반짝반짝 빛나는'도 그랬고,,,,

 

그런데 이 책. 처음 읽었을 땐 솔직히,

",,,,,그래서 뭐?;;;" 란 생각을 좀 했다;;;

뭔가 옴니버스식으로 여러 여고생들의 이야기를 그냥 각각의 단편들로 묶어 놓은 단편집인데,

각 단편에 나오는 이 여자 아이들이 하나같이 다 범상치 않다.

그렇지만 역시 에쿠니상답게 담담하게 써내려 가고 있는데, 각 단편이 아무 결론 없이

'얘는 이러이러한 아이, 그리고 앞으로는 계속 이런 식으로 살아갈지 어쩔지는 모르겠음' 과 같은 식의 이야기 전개다.

....뭔가 교훈도 메시지도 없는 듯했다.

 

원래 '역자후기'같은 거 안읽는 주의다. 뭔가 내가 느낀 점같은 거 부정하고 부화뇌동 하는 거 같아서.

그런데 이건 좀 읽어야 겠다는 생각에 읽었다.

그러다 확 꽂힌 문구ㅡ

 

      당시에는 나의 전부였을 그것들을 지금의 나는 기억조차 하지 않고,

      긴 시간을 두고 나를 형성해 온 많은 사건들 역시 그 의미마저 잊은 채 외면하고서,

      나는 현재를 아주 다른 사람처럼 살고 있는 것이다.

       

                                            ................

 

      기억 창고 속의 내가 지금의 나를 마치 다른 사람 보듯 바라보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그러니, 나는 있는 것이다. 어디엔가, 내가 모르는 어느  깊은 틈 속에.

 

그래, 이건 정말 책의 제목 그대로,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질', 훗날 앨범을 들춰보기 전까지는 새까맣게 잊게 될 추억의 단편들이다.

사춘기 시절, 정말 이 세상에 내가 제일 불행하고, 내 고민이 제일 중()하다고 끙끙대던 그 시절.

그 땐, 그 고민들의 무게에 질식할 것 같이 심각했는데 지금은 이렇게 말짱하게 살고 있다.

언젠가 기억에서 새롭게 쌓이는 다른 기억들로 흘러 넘쳐 버린다 해도 그건 사라지지 않을, 내 일부인 거다. 실패한 결정 같아도, 말도 안되는 일 같아도 그것도 나의 결정이었고 내 일이었다.

 

 

 

이 책, 공교롭게도 어제 포스팅한 범프오브치킨의 'Arrows'랑 너무 잘 어울린다.

그리고 지금의 나에게도.

 

 

   大丈夫 見つけたものは本物だよ 出会った事は本当だよ
   괜찮아 찾아낸 것은 진짜야 만난 것은 사실이야
   捨てられないから持ってくよ 迷子だった時も
   버릴 수 없기에 가지고 가는 거야 미아였을 때도
   出会った人は生き物だよ 生きてた君は笑ってたよ
  만난 사람은 살아 있어 살아있었던 너도 웃고 있었지
   迷ってた僕と歩いたよ 偽物じゃない荷物だよ
   방황하던 나와 걸었지 이 짐은 가짜가 아니야
  これだけあれば きっと僕でいられるさ
  이것만 있다면 분명 나는 나일 수 있을 거야


 

                                                              Bump of Chicken - 'Arrows' 中

BOOK:: 『혼자있기 좋은 날』아오야마 나나에

 

 

 

 

 

 

 

 

 

 

 

 

아오야마 나나에(靑山七惠)/이레/2007

 

 

지하철 타고 학교 오고가면서 약 이틀만에 읽은 이 책은 그냥 도서관에서 두리번 거리다가 제목에 꽂혀서 빌렸던 책이었다.

도서관 책들은 커버를 다 벗겨놔서 이게 무슨무슨 상을 받은 작품이고 어떤 대단한 작품이라는 홍보문구는 보지 못했었다.

지금에서야 책 이미지 찾느라 알게 됐는데,,,,뭐랄까. '아, 나 그렇게 대단한 책을 읽은 거였나?'하는 의문형 깨달음이랄까? 그런 걸 느낀다.

(근데, 생각해보면 도서관에 좋은 책을 들여놓겠지 별것도 아닌 책을 들여놓지는 않겠지 않을까,,,,-_-;;)

 

'혼자있기 좋은 날'은 정말 '딱! 내얘기!!'라고 할 수 있겠다.

주인공(치즈짱)의 나이가 20살의 여자인 것도 그렇고 빈둥빈둥 할 일 없는 것도 그렇고(물론 난 대학은 다니고 있지만) 뭔가 버석버석한 인간관계도 그렇고,,,그래. 무엇보다 '관계=상처'라는 공식을 기반으로 사는 것 같은 이 치츠짱의 모습이 너무나도 내 모습과 닮은 꼴이었달까.

 

이런 '별 볼일 없는' 여자, 치즈짱이 무작정 도쿄로 상경해 '깅코 할머니'댁에 얹혀 살면서

조금씩 조금씩 '제대로 된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을 살짝쿵 그려놓은 것이 이 책 내용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감히 '이렇게 하는 게 정답이다!' 혹은 '이것이 바로 올바른 모습이다!'와 같은 뚜렷한 해답은 내놓지 않는다. 대신 책이 끝나갈 때쯤, 치즈짱이 깅코 할머니네를 나와 독립하는 날,

치즈짱과 할머니의 대화에서 지금 나의, 우리네 처지에 위로가 되는 말을 해준다.

 

치즈: "할머니, 세상 밖은 험난하겠죠? 저 같은 건 금방 낙오되고 말겠죠?"

깅코할머니: "세상엔 안도 없고 밖도 없어. 이 세상은 하나밖에 없어."

 

책이 끝나갈 때까지 어떤 고조되는 부분 없이 그냥그냥 치즈짱의 '별 볼일 없는' 혹은 '좀 짜증나는' 일상 이야기들이 쭉 이어지다가 이렇게 마지막에 한 번 터뜨려주니 뭔가 후련했다.

 

그런데 한가지 아쉬웠던 건 뭔가 해답을 내놓을 것 같은 '깅코 할머니'의 캐릭터가 조금 흐릿하지 않았나,,,하는 거다(내가 캐치 못한 거일 수도 있지만,,,)

물론 치즈짱은 70이 넘은 깅코 할머니가 여전히 연애를 하고 춤을 배우러 다니고 하는 모습에 뭔가 자극을 받긴 하지만 내 눈엔 그다지 별로 다를 게 없었달까?;; 왜냐면,,,우리 외할머니도 연애는 안하시지만 여든이 넘으신 나이로 탁구도 치러 다니시고 서예도 하러 다니시고 켬퓨터도 배우러 다니시는 걸-_-;; 난 그걸 보고 '정말 대단하신 분이야'란 생각은 들지만 뭐랄까,,,,

'그러니까 나도 열심히 해야지!!'하는 단계까지는 자극이 없달까?;;;

 

여하튼, 길지 않은 이 책 한 권을 읽으면서 지금의 내 처지가 얼마나 볼썽사나운가,,,,하는 생각도 들게 되고 '빨리 이 자리를 털고 일어나지 않으면 안될텐데,,,,'하는 생각도 들고 '그래. 미래에 지레 겁먹을 거 없어!'하는 자신감 비스무리한 것도 생기고. 제목처럼 혼자 있어도 좋은 나날을 보낼 수 있을 것도 같고 말이다. 뭐,  좋은 책이었다는 거다, 결론은^^;

 

 

근데, 좀 재밌는 게, 이거 읽고나서 '호타루의 빛'이라는 일드 보고있는데,

뭔가 묘하게 연계가 되는 것이 좀 재밌다는ㅎㅎ

이 시대의 방황하는 건어물녀들아! 이 책과 함께 '호타루의 빛' 어떠신지?ㅋㅋ

BOOK:: 『배터리』 아사노 아쓰코

 

 

 

 

 

 

 

아사노 아쓰코 | 양억관 | 해냄(네오북)

(총 6권)

 

 

마전에 읽었던 일본 소설이다.

총 6권짜린데

자칭 난독증인 내가 하루에 한 권씩 일주일만에 단숨에 읽어버린 놀라운 책이다-_-;;

뭐 장르라고 하면 성장 소설쯤 되려나?

스포츠라면 꽤 좋아하는 내가 유독 싫어하는 야구에 대한 이야긴데도

참 빠져들어서 읽은 거 보면 이 소설에서 내 눈을 붙잡은 건 야구때문만은 아닐 것.

 

줄거리는 한 천재 야구 소년의 이야기,,,,라고 대충 얘기할 수 있겠는데

나름 신선하고 또 나름 심도있는 그런 이야기다.

도저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자기 세계가 강한 주인공 다쿠미의 정신세계가 이해가 안가면서도

미워할 수는 없고, 또 그가 어떻게 자신만의 세계에 남들을 들여올지가 너무너무 궁금해서

6권 마지막까지 완전 열중해서 봐버렸다^^;

(그 마지막 끝처리는 진짜 너무너무 인상적이었서,,,,캬하~>ㅁ<)

 

또, 언제나 일본 만화나 소설을 볼때면 느끼는 건데

어쩜 사람의, 개인의 속내를 그리도 잘 이야기하는 걸까.

뭐 내가 책을 많이 읽어보질 않아서 다른 나라, 다른 작가들의 작품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개인을 표현함에 있어서 일본 소설 속 인물들이, 그 인물들의 심리가 정말 너무 나의 공감을 잘 이끌어내서 자주는 못느끼지만 볼 때마다 신기하다.

일본 소설 속에서 그려지는 일본 사람들이 나와 정서적으로, 정신적으로 코드가 맞는 건지

아니면 일본 작가들이 캐치하고 있는 인간의 내면이 내 코드와 맞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여튼 이번 '배터리' 속 아이들의 속내 또한 각기 다르고 각기 독특한 내면 심리를 보여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두 내 얘기 같아서 더 끌렸다고나 할까.

 

 

읽어 본 책 나열하래봤자 열 손가락, 열 발가락이면 다 해결될 듯한 나인데(,,,-_-;;;)

요근래 갑자기 독서의 욕구를 불끈 솟게 만들어준 책이다.(<-'소설'에 한 정되었다는 게 좀 그렇지만;;)

역시 일본소설이어서 그런지(일본에선 꽤 히트한 베스트셀러였다고,,) 이미 영화는 만들어졌고, 요즘 드라마로도 하고 있는 것 같던데,,,,

뭐 원작을 봐버려서 별로 보고 싶은 생각이 안드는 것도 있지만,,,

내가 생각했던 이미지랑 너무 다른 꽃미소년 아이들이 주인공들을 하고 있어서 촘 당황했달까,,,ㅇㅁㅇ;;

 

여튼, 재미있었다고^^ㅎㅎ

(저번에 이거 진짜 강추라고 했었던 아름아! 나 읽었다!! 다른 거 또 추천해줘!!!>ㅁ<)

MUSICAL:: Hamlet(햄릿) -world version- 09.02.07

09.02.07 3시 김승대 햄릿/박은태 레어티스/손미영 오필리어

 

친구의 도움으로 '사랑은 비를 타고'티켓 할인으로 반값으로 본 뮤지컬 '햄릿'.

작년부터 디씨갤에서 너무 익히 들어서 마치 봤던 것 같았던 그 뮤지컬을 드디어 봤다.

그런데 그다지 뮤지컬에 흥미를 갖고 있지 않은 나의 언니를 데리고 간 공연이어서 평소보다 좀 더 긴장하면서 봤던 것도 있었고, 무엇보다 사상 최'악'의 관객(과연 그런 사람도 '관객'이라고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이 내 옆에 있었어서 나의 관람행위를 아주 사소하게라도 방해받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다 못해 '혐오'하는 나로서는 정말로 힘든 관람이 아닐 수 없었다. 나의 7만 7천원은 어디가서 보상받을 수 있단 말인가(언니 표값까지 내가 냈으니까)

여튼, 일단 서두는 이 정도에서 마무리하고.

 

'월드버젼'이니 '더 뉴'니 하는 소리에, 그리고 언뜻 들었던 뮤지컬 넘버들도 굉장히 신선하고 현대적(?)이어서 제목만 햄릿이고 정극은 아닌 줄 알았는데, 예상과는 다르게 뮤지컬 '햄릿'은 (당연하지만)꽤나 충실히 정극을 따르고 있었다.

그렇게 크지 않았던(그러나 객석의 높은 각도는 매우 좋았다) 무대에서 큰 무대장치들이 '휙-휙'돌아가며

빠르게, 그리고 다양하게 변환이 되는 점도 신선했고ㅎ

 

사실, 하두 예전부터 '김승대, 김승대'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서 일부러 김승대씨가 하는 스케쥴로 찾아 보았던 거다.

오우. 처음 본 그의 마스크는 I열에서도 확실하게 식별될 정도로 훤칠했다. 일단 appearance는 합격.

초반에 마이크가 좀 울리는 게 조금 거슬리긴 했지만 큰 지장은 없었다.

다만 그의 노래 실력이 조금 더 완벽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앵콜 땐 X사리까지 났으니..). 그러나 그의 연기는 정말 인상 깊었다.

그 누구도, 심지어 오필리어도 위로해줄 수 없는 아픔과 상처, 그리고 그 모든 걸 품은 채 점점 미쳐가는 햄릿이 절실히 와닿았으니까. (후반부 폴로니우스를 죽인 후의 햄릿은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개인적으로 조금 심하다 싶을 정도로 노래의 완벽성을 따지는 편이라 그의 노래가 걸리는 건 좀 미안하지만 사람들이 '김승대, 김승대'하는 이유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던 공연이었다.

 

그리고....언니는 그의 목소리가 너무 얇다며 뭐라 했지만 나의 마음을 확 잡아끈 이가 있었으니....

레어티스역의 박은태씨.

박은태씨야 '노트르담 드 파리'의 주옥같은 명곡, '대성당의 시대'를 열창하던 때부터 좀 주목하긴 했었으나 이렇게 작품에서 직접 그의 노래를 들으니...이건 뭐.

특히 오필리어와의 듀엣곡 'Sister'에서는 심장이 두근 두근 거리기까지////

7월에 다시 '노트르담 드 파리' 올라온다고 하던데....부지런히 돈 좀 모아볼까보다.

 

(左)김승대 (右)박은태

 

하아....이렇게 극장도 맘에 들고 뮤지컬 넘버도 신선하면서 괜찮고 배우들도 최상이었건만.....

나의 이 소중하고 귀중한 시간을 망친 이가 있었으니...

내 옆자리에 해도해도 너무했던 아.줌.마

정말....이건 교양이고 자시고, 기본 예의도 없고 상식까지 없어보이는 사람이었다.

양반다리를 했다가 풀었다가 하면서 내 팔을 툭툭 치는 건 예사고(미안하단 낌새도 없었고 계속 티나게 쳐다봐도 미동도 없었다) 당당히 핸드백에서 뒤적뒤적 부시럭부시럭 소리내면서 껌을 끄내더니 공연 중 너무나도 당당하게 껌을 씹지를 않나(다시 뱉고) 옆에 같이 온 또다른 아줌마랑 마치 집 거실에서 '아내의 유혹' 보면서 욕하는 것처럼 수다를 떨지 않나,  핸드폰은 '당연' 너무나도 편하고 자유롭게 들여다 보고 (오필리어 장례식 때 배우들이 객석을 내려오는 씬에서 왕, 클라이디우스는 핸드폰 보는 그 아줌마를 뚫어지게 계속 쳐다봐주셨다) 극이 클라이막스로 들어가기 직전, 그 중요한 순간에는 당당히 '벨소리'가 울리는 핸드폰을 '받더니' '통화'를 하셨다.

 

참....내가 살면 얼마나 살았다고, 살다살다 그렇게 뻔뻔하고 어의없고 황당한 인간은 처음이다.

공연이 재미없으면 인터미션 때 나가서 어디가서 한 숨 주무시던지, 왜 괜히 소중한 시간과 없는 돈 들여서 온 무고한 관객의 기분을 그렇게 잡치냔 말이다. 초반 내 팔을 툭툭 칠 때 한 번 말할까 하다가 그냥 참았는데 시간이 흐를 수록 점점 강력해지는 방해작전에는 이건 말로 해도 통할 수준이 아니란 걸 깨닫고는 그냥 포기 했다.(말하고 나면 그 이후 기분이 더 나빠져서 아예 공연을 볼 수 없을 것 같았다)

 

여튼, 공연문화가 널리널리 대중화가 되는 것에 있어서는 적극 찬성하고 또 그것이 나의 꿈이기도 하지만

이러한 문화지체현상은 도저히 참을 수 없다. 대중화는 저급화가 아니다.  

충분한 공연관람 에티켓에 대한 교육이나 홍보가 적극 필요하단 걸 뼈져리게 느낀 순간이었다.

뭐, 그 아줌마는 '문화 에티켓'이 아닌 '상식'부터, 아니 '도덕'부터, 하다못해 '배려'라는 개념이라도 먼저 탑재하셔야겠지만.

 

나의 38500원을 돌려줘-_-

MUSICAL:: 김종욱찾기 09.2.4

 

09.02.04 늦은 8시. Cast 강필석 김종욱/ 김지우 / 정상훈 멀티맨

 

 

남자친구가 생기면 보려고 남겨놨던 '김종욱 찾기', 결국 21살 생일 기념으로 보게 됐다.

동성 친구랑!

 

뭐, 두 말 하면 잔소리일 정도로 너무 유명한 우리의 창작 로맨틱 코미디 뮤지컬이므로 따로 부연설명은 필요 없을 것 같고.

이미 뮤지컬 넘버들이나 대강의 줄거리를 알고 있던 터라 뭔가 새롭거나 놀라웠던 건 없었다.

대신 주목하고 기대했던 건 역시 우리의 강지쟈스, 강필석씨의 첫 로맨틱 코미디 연기라는 것과

'이블데드'에서 그의 스캇을 보지 못한 것이 천추의 한이 되게 한 정상훈씨의 멀티맨이라는 것.

(미안하지만 이미 나에게 '여자'는 그다지 염두의 대상따우 되지 않은 지 오래다-_-)

 

저번 'SeeWhatIWannaSee'에서 그의 '성수' 분사로 조금 힘든 기억은 있지만,

여튼 강필석씨에게 엄청난 감동과 감격을 먹은 바 있는 나로서

그의 '김종욱'은 과연 어떤 김종욱일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고,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

뭐, 결과는....'So~So..'랄까?;;

첫사랑 찾기 주식회사의 일인 직원인 찌질한 '강필석'이 자꾸 '씨왓'에서의 경비원가 좀 오버랩돼서....;;; 그리고 무엇보다...이게 '김종욱 찾기'이다 보니, 이놈의 '김종욱'은 좀처럼 보기 힘들다는 거....-_-;; 물론 그 유명한 '외로운 턱선의 각도'와 '콧날의 날카로운 지성'의 주인공인 당사자를 첫판에 보았지만ㅎ(넘버 중 '김종욱 Song'에 나오는 '아~저 턱선의 외로운 각도!아~저 콧날의 날카로운 지성!'의 모델이 강필석씨라는 후문이...ㅋ)

여튼 그래서 김지우씨만 아주 잘 보게 되었는데, 뭐 예상보다 좀 많이 괜찮아서(특히 노래가?..) 상관없었다. 하지만 괜히 강필석씨의 다음 뮤지컬, 'Thrill Me'의 네이슨이 더 기대되는 건 어쩔 수 없던 거다...^^;

 

아마도 뮤지컬 '김종욱 찾기'에서 감히 김종욱보다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인물은 멀티맨일 것이다. 1인 22역이라는 놀라운 멀티맨의 역할은 22역 중 그 어느 것 하나도 빠짐없이 다 소중하다.

그리고 웃기다. 특히 TV에서 코믹한 이미지로 익숙한 정상훈씨의 멀티맨이라서 그런지 더 재밌었던 것 같다. 같이 보러 갔던 친구는 계속 멀티맨만 나왔으면 좋겠다는 말까지 했을 정도ㅎ.

여튼 인터미션도 없이 두 시간 내내 옷 갈아입기도 바쁘셨을 멀티 정상훈씨 덕에 재밌게 공연 볼 수 있었다.

 

자- 이제 내 마지막 보류, '김종욱 찾기'도 봤으니 정말 남자친구는 영영 빠이빠이인가?...ㅠㅠ

아님... '이젠 정말 만나야 할 때' 인가?...

 

 

  "오 이젠 정말 만나야 할 때

   용기를 내요 (내 말이)

   그토록 기다려온 순간 피하지 말아요

 

   기회를 잡아요 (내 말이)

   당신의 마지막 봄날 포기하지마"   

               

                                   - 김종욱 찾기 OST '이젠 정말 만나야 할 때' 中

 

 

 

 

티켓인증샷

MUSICAL:: 그리스(Grease)

등록일자: 09.01.18

 

0.9.01.17토요일.7시 장지우 대니/손승헌 케니키/주원 두디/김경수 로저/박주용 소니

 

 음, 드디어 봤다. 그리스.

솔직히 별로 관심 없는 뮤지컬이었는데, 저번 피버나잇 때 주원씨에게 꽂혀서(...) 한 번 보러가볼까? 하고 생각만 하다가 너무 쉽게, 우연히 내린 결정으로 보러가게 됐다.

 

그다지 싼 공연은 아니었지만, '아는 사람'의 힘으로 앞에서 두번째 줄이라는 엄청난 좌석에서 본 덕인지

무지 재밌게 봤다. 무엇보다 화려한 댄스가 볼 만했던 뮤지컬이었다.

지금껏 이런 대인원이 동원되어 군무를 추는 뮤지컬은 본 적이 없어서(지킬앤하이드 이후 가장 스케일이 컸을지도;) 더욱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을지도 모른다.

 

워낙에 미국 1950년대라는 시공간적 배경의 이질감과 익숙치 않은 대사 톤에 처음엔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유쾌하고 화려한 무대에 압도당해 웃고 박수 치고 환호하고..정말 즐거웠다.

덧붙여 개인적으로 조금 기대했던 주원씨의 꽉 깨물어주고 싶은 두디도 참 귀여워서 대만족이었다.(엠씨스퀘어 잊지 못할거에요ㅎ)

다만, 그 나루아트센터의 안타까운 음향 시설로 화려했던 안무들에 비해 노래가 조금 묻혔던 게 애석하긴 했지만.

 

그러나...뭐니뭐니해도 좋았던 건, 역시 '아는 사람'의 힘으로 함께했던 로저역의 배우,

김경수씨와의 뒷풀이였달까.

 

클럽 가입도 안했는데 무려 팬클럽 '첫단관'으로 보게 된 그리스

 

'오리궁뎅이' 로저의 깜찍함과 수준급의 노래실력으로 날 현혹시켰던(!) 김경수씨는, 실제로 뵈니 엄청....마르셨었다-_-

플러스 무대에서 그 엘비스프레슬리 머리를 보다가 내린 머리를 보니 오우. 훈남훈남!!

목소리도 차분하신게(조금 느끼했을 수도?) 말도 재밌게 잘 하시고 여튼 참 괜찮으셨던 분.

하루 두 번의 공연을 끝낸 뒤라 많이 피곤하셨을 텐데도 팬분들한테 일일이 말도 걸어주시고 열심히 이야기 나누려 하시고 무엇보다도 직접 기타 치시면서 쌩노래까지....^^

얼떨결에 따라가 뻘쭘하게, 그렇지만 염치없이 눌러 앉아 있다가 나오긴 했지만

정말 좋은 라이브 듣게 되어서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리스 마치면 다친 무릎 회복을 위해 잠시 휴식 기간을 갖는다고 하시는데,

몸 컨디션 완전히 되찾고 나시면 앞으로 더욱 좋은 작품에서 자주 찾아뵈었음 좋겠다.

 

저질 폰카로 찍은 경수 배우님ㅎ

 

 

2009년 7월 13일 월요일

PLAY::뷰티풀 선데이; 고민에, 사랑에 경중따윈 없다

등록일자: 08.12.27

 

 

와우...우선 감탄사부터 내뱉고 봐야겠다.

어찌 이런 완소 연극을 지금까지 방치해둘 수 있었을까. 이제 1월 4일이면 막을 내리는데....안타깝다ㅠㅠ

워낙에 개인적으로 기대를 많이 하고 좋은 얘기를 많이 들었던 작품이어서 걱정 했었는데(기대가 너무 커서 실망할까봐;;) 이건 뭐. 닥치고 추천>ㅁ<b!!!!!

연인이고 친구고 뭐고 언능언능 표 예매해서 보길 바람. 이번이 앵콜 공연이어서 앞으로 또 언제 올라올 지 장담할 수 없으므로.

 

cast 성준서 정진 / 조한준 준석(완소) / 이주나 은우

 

Synopsis (in Program book)

어느 일요일 아침. 잠에서 깨어난 정진은 자신의 침대에서 자고 있는 속옷차림의 낯선 여자, 은우를 발견한다. 느닷없는 은우의 출현에 당황한 정진이 경찰에 신고하려고 하자 은우는 술에 취해 실수로 자신이 전에 살던 집으로 들어왔다고 이야기 한다. 자신을 믿지 않는 정진을 안심시키기 위해 집안 구석구석을 설명하는 은우...그리고 등장하는 정진의 동거인 준석... 처음부터 서로 마음이 잘 통하던 준석과 은우는 곧 친구가 되고, 은우의 등장을 반기지 않았던 정진도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그들은 숨겨왔던 자신만의 상처를 이야기 하며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그들만의 파티를 준비한다.

 

일본의 극작가 Nakatani Mayumi 씨의 (일드 '워터보이즈'의 작가님이시란다0ㅁ0)의 작품을 최형인 연출님이 연출하신 연극이다.

'역시 일본이구나'싶을 만한 것이, 동성애 코드가 끼어 있지만 참 자연스럽게 그려낸 점이 눈에 띄었다.

조금 현실감은 없었지만(잘 계획되어진 우연의 조합같았달까?) 그래도 할 말, 못할 말 다 했던 유쾌하면서 가슴 뭉클했던 연극이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접을 수밖에 없었던 의대. 그리고 어머니를 안심시키기 위해

여자와 선을 봐야하는 서른 일곱의 게이(Gay), 오정진.

유부남과 영원할 것만 같았던 사랑이 산산조각이 나고, 외로움에 몸을 떠는,

그러면서도 좀 엉뚱한 서른 다섯의 강은우.

그리고...아흙ㅠㅠ너무나도 귀엽지만 에이즈라는 힘든 병을 앓고 있는 스물 다섯의 미대생 게이, 이준석.

특히, 이준석이란 캐릭터가 참 완소다ㅠㅠ '에이즈'라는 보통 사람들은 상상하기도 힘든 병을 앓고 있으면서도 언제나 얼굴엔 미소를 머금고 힘차게 산다. 그리고 사랑하는 이를 위해 몰래 이별을 준비하기까지....ㅠㅠㅠㅠㅠㅠㅠ 막 울부짖을 땐 진짜 내 가슴이 문드러지더라ㅠㅠ

게다가..뽀나스로 오늘 본 조한준씨는 훤칠한 키에 강동원 닮은 마스크까지....그대가 진정 완소였소-_-

 

그리고 강은우 역에 이주나씨도 정말 못지않게, 아니 어떤 의미로는 최고였다.

서른 다섯이라는 노쳐녀의 노련함(?)과 아줌마 같은 능청스러움, 플러스 상상초월의 위트까지ㅋㅋㅋㅋ

참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었는데, 여튼 정말정말 덕분에 많이 웃었습니다^^

 

우리들만의 아름다운 일요일을 위하여 건배~!

 

'동성애', '게이'라는 다소 비주류적인 혹은 마니악한 소재이긴 하나 충분히 누구나(호모포비아가 아닌 이상) 공감하고 감동을 받을 수 있는 이야기였다.

각 인물들이 갖고 있는 다양한 사연들이, 극중 '고민에 더 심각한 고민은 없다. 모든 고민은 어려운 법'이라는 정진의 말처럼 하나같이 진중해서, 그래서 사람은 모두 평등한 거구나. 그러니까 사람들이 하는 모든 사랑도 다 같은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했다.

 

아, 너무 늦게 알아 참 속상한데, 만약 기회가 있다면 끝나기 전에 꼭 다시 한 번 더 보고 싶다.

 

 

 

081226 8시. 티켓 & 프로그램북

 

 

 

MUSICAL:: 창작뮤지컬 "빨래" & "슈샤인보이"

등록일자: 08.12.26

 

081105 8시. cast 박정표 솔롱고/엄태리 나영/이봉련 주인할매/이정은 희정엄마

 

공연을 본 지 꽤 돼서 이제서와서 후기를 쓴다는 게 참 멋쩍기는 하지만, 그냥 묻어두기는 아쉬워서ㅎ

이날 공연은 당시 '사랑티켓'에서 무려 단돈 '3000원'으로 공연을 볼 수 있는 이벤트가 있어서 그걸로 운 좋게 볼 수 있었다.(경기지역 회원은 지원금이 모두 소진되어 볼 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는 언니(서울지역)의 도움으로 볼 수 있었다;;;;)

 

처음 보는 창작뮤지컬이라는 것과 그 전부터 매우 좋다는 호평들을 줄줄이 듣고 간 터라, 살짝 걱정했는데(실망할까봐;) 오-노노~역시 사람들이 입을 모아 좋다고 칭찬하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었다.

처음 가 본 '알과 핵'이란 소극장은 '아, 이게 소극장이구나..;;;'란 걸 단박에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아담했는데, 이게 또 서울 달동네를 배경으로 서민들의 이야기를 그리는 뮤지컬인 만큼, 소박하면서 아기자기한 무대연출에 안성맞춤이었다.(내년에 두산 연강홀로 옮겨서 다시 올라간다는 얘기가 있던데....과연 그 소소한 맛을 잘 살릴 수 있을런지...-_-;;)

 

인물 하나하나에 세심한 관심과 정성을 기울인 것이 느껴지는 캐릭터들. 또 소박하면서도 쇼 분위기가 배어있는 완소 넘버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주제와 이야기가 너무 좋았다. 신파는 아니지만, 슬픈 건 아니지만 눈물이 주룩주룩 나는 그런 감동, 그 자체였다. 딱, "넌 감동이었어."

덧붙여, 주인할매/서점과장/여고생 역에 이봉련씨. 특히 주인할매 연기 하실때 정말 웃음과 눈물을 한꺼번에 선사해주셨다.  어쩜 그렇게 연기를 소름끼치게 잘 하시던지....참 멋지셨어요!!^^

 

가족끼리 가도 좋고(단, 시끄럽게 굴 너무 어린 아이들은 데리고 오지 맙시다-_-), 연인끼리 가도 좋고, 친구끼리 가도 좋은 마음 따뜻~해지는, 아 그리고! 정말 공연 끝날 때쯤이면 집에 쌓여있는 빨래들을 손빨래 하고 싶게 되는(笑) 그런 창작뮤지컬이었다.

 

(티켓분실ㅠ) 081208 8시. cast 윤동하 상구/정인애 민희/김영완 태수/김문성 멀티

 

맨처음 '슈샤인보이'라는 제목을 들었을 때는 '....뭐지?'란 생각을 했는데 알고 보니 'Shoe Shine Boy', 즉 구두닦이소년...-_-;; 뭐, 제목 그대로 뮤지컬 내용은 '구두 닦이 소년(?)의 이야기'다. 아니 '동화'다.

 

이 뮤지컬은 저번 고등학교 동창 아이가 하는 대학연극축제 갔다가 후길 올린 게 당첨이 돼서(...) 공짜로 보게 된 거다. 그 전부터 하도 '혹평'을 많이 들어서 초끔 땡기지는 않았지만, 공짠 게 어디냐! 란 생각에 무려 시험 바로 전 주였음에도 불구하고 고고.

참 공교롭게도 소극장 알과 핵 바로 옆에 위치한 창작극전용극장 '씨어터디아더(theater The Other)'에서 하고 있었는데, 이 극장도 알과 핵 못지 않게(아니 더?) 참 아담했다.

무려 월요일 공연(이 공연은 일요일이 휴관)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꽤 있었다.

워낙에 기대를 안 하고 있었던 터라 가벼운 마음으로 관람에 임했다.

그런데, 어허. 이게 왠일? 이거 꽤 괜찮잖아?

 

(왼쪽부터) 윤동하 정인애 김영완 김문성 (사진출처: 슈샤인보이 클럽)

 

물론, 사람들이 얘기하던 '구시대적이다', '유치하다'라는 건 이해가 간다. 완전히 남자판 신데렐라 이야기니까. 하지만, 슈샤인보이 프로그램북에 씨어터디아더 대표 강연주씨의 글에서처럼 '동화면 어때?'란 게 내 생각이다. 어차피 뮤지컬은 애초에 노래와 춤을 통해 사람들에게 환상과 즐거움, 기쁨을 주던 장르였다. 꼭 무겁고 심오한 주제나 뜻깊은 메세지를 전달해야 한다는 강령이 있는 것은 아닌 거다.

 

요즘 이상하게 공연계에도 양극화라면 양극화같은 게 생겨서

아주 완성도 높고 작품성 있는 게 아님 아예 가볍고 대중적인 것들만이 살아남아

'적당한' 이야기는 좀 찬밥신세가 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은데 (어찌보면 위의 '빨래'는 전자와 이 '적당한'의 사이 정도랄까?) 이 뮤지컬이 딱 '적당한 뮤지컬' 정도가 될 것 같다. 

 

이야기가 뻔하긴 해도, 참 상투적이긴 해도 전체적인 구성과 이야기 흐름에 있어서

지루하지 않게 속도감 있으면서도 유연한 것이, 꽤 좋았다. 감정의 강약고저도 잘 배치됐던 것 같고...

뮤지컬 넘버들도 '아, 이런게 정통 뮤지컬 넘번가?'란 생각이 들 정도로 쇼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것이

정말 좋았다. 어깨랑 무릎이 절로 들썩들썩 거리게 만들 정도로^^

 

하지만, 좀 아쉬웠던 건, 무대연출과 (특정)배우의 역량이랄까....

무대는, 솔직히 까고 말해서, 좀 초라했다. 조명도 나쁘진 않았지만 맘에 안들었다. 뭔가 대학교 동아리 공연 같은 느낌?

일부러 그렇게 꾸민 거일 수도 있겠지만(혹은 경제적 여건 상) 그렇게 크지도 않은 무대가 그렇게 비어 보이도록 한다는 것이 조금 '미완성'이란 느낌이었다. 그렇다고 불필요한 연출로 조잡해지는 것도 좋지 않지만, 뭔가 좀 더 보충해줬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다른 분들은 모두 매우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셨는데,

그...상구 역에 윤동하씨. 외모는 아주 출중하셨지만(사진발 너무 안받으신다;;) 연기와 노래는...특히 노래는 좀 많이 연습하셔야할 듯. 민희와의 러브테마에선 조금 안타까웠을 정도다.

 

뭐, 윤동하씨 말고는 모두들 어디 계셨다가 여기서 뵙나요-싶을 정도로 엄청 훌륭하신 분들이었다.

몇 개의 역을 소화하신 건지 셀 수도 없었던 멀티맨에 김문성씨는 연기와 노래, 거기에 그 넘쳐나는 재치까지 더해져 최고였다.

민희 역에 정인애씨도 어리버리한 민희 역을 참 잘 연기하시면서 목소리도 노래도 참 잘하셨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서 제일 인상에 남는 분은 김영완씨.

프로그램북에도 안 실려 계셨지만 정말 노래 완전 진짜 잘하시고 연기도 참 잘하셨던 분.

꼭 이름 기억해 뒀다가 나중에 다른 뮤지컬 나오시면 꼭 찾아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여튼, 개인적으론 둘 다 참 괜찮았던 창작뮤지컬.

"빨래"와 "슈샤인 보이". 둘 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는데(빨래는 내년에 다시 올라간다지만) 안 본 사람들,

시간은 남아돌고 돈도 쪼금 여유있는 사람들아, 나름 괜찮은 창작뮤지컬 어떠신감?ㅎㅎ

 

 

2009년 7월 12일 일요일

MUSICAL:: 즐거운 인생 ; 소나무야 소나무야 언제나 푸른 네 빛

등록일자: 08.12.22

 

팜플렛 겸 도장쿠폰 & 티켓 & 프로그램북 081221 6시 공연

 

2008.12.21.일요일 저녁 6시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랙.

그곳에선 오만석 배우의 첫 연출작인 뮤지컬 '즐거운 인생' 공연이 있었다.

김무열 배우의 '쓰릴미' 이후 첫 작품이기도 했다.

시험 전부터 김무열 배우 팬카페에서 하는 단관표 신청해 놓고 시험 끝나기만을 학수고대 했다. '쓰릴미'에서 평생 잊을 수 없는 리차드 역의 열연을 본 뒤였기에

리차드와는 완전히 다른 개그맨 지망생 고등학생 역이라니...도저히 상상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역시 그는 배우였고 너무도 무리 없이 잘 소화해내고 있었다. 정말 대단한 사람.

 

21일 자정까지 마감인 과제가 있어 미리 해놓으려고 점심도 못먹고 공연 보러 가기 전까지 초스피드로 날림으로 과제 마치고 신당동으로 마구 달려갔다.

다행히 늦지 않게 5시 45분에 세이브. 무열별 운영자로부터 표를 받아서 자리를 확인해보니....오! 입금 뒤에서 5번째로 했는데 자리는 B열 4번째줄 정중앙! 쓰릴미 때도 못앉아봤던 자리다ㅎ

 

블랙 로비에 있던 대형 브로마이드(?) 옆으로 너무 길어서 좀 짤렸음;

 

안경 도수가 조금 낮아서 선명히 보이진 않았지만,

워낙에 블랙이 아담하고 어디서든 다 잘보이는 극장이어서 괜찮았다. 시야도 확 트인 것이^^ 공연 10분 전 쯤 들어가니, 배우들이 모두 나와서 무대 위에서 몸을 풀고 있었다.

오! 쉬어매드니스 처럼 공연 전 워밍업 같은 걸 하나보다.

ㅋㅋㅋ무슨 게임을 하면서 몸을 풀었는데, 진 사람은 공연장을 객석 뒤쪽으로 한 바퀴 돌면서  '나는 바보다','나는 왜이럴까' 따위의 자책성 구호를 외치며 돌았다ㅎ

무열 배우도 두어번 돌았는데 얼마나 웃기던지ㅎ(나는 왜이럴까 옛날엔 안 이랬는데..ㅋㅋ) 워밍업이 어느정도 지나자 학교 종이 띵동댕동-치더니 공연이 시작됐다. 아, 멀티맨이 나와서 공연 전 주의사항 말하고 천원 빌리고ㅎ

 

프로그램북 中 연습 사진

 

우와. 우선 음향이 빵-하고 시작하자마자 마치 신세셰에 온 듯 싶었다.

요즘 참...뭐 같은 이블데드 전용관 음향만 듣다가 충무아트홀의 그 편안한 좌석과 적당한 볼륨으로 귀에 쏙쏙 들어오는 음향이란ㅜㅜ

 

공연 보기 전, 여기저기서 들려왔던 우려의 목소리, 여러 지적들 등등 들은 게 많아서 조금 걱정하고 알아서 마음 비우고 있었는데

오우! 마음을 비우고 봐서 그랬는지 전혀 좋았다ㅎ

사람들이 많이 지적했던 '이야기가 너무 산만하다'라는 것이 어떤 부분을 말하는 지는 알겠지만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이런저런 에피소드들이 동시공간적으로 보여지고 있는 것이 다소 산만할 수 있겠지만,

재치있게 혹은 실험적으로 시도한 그 노력들이 보여서 나름 좋았다. 오만석 연출님의 극에 대한 욕심이 내비춰진 게 그저 귀여웠달까ㅎ

그리고 여러 멀티들의 완소 배역들도 난 맘에 들어서, 물론 비중이 적고 별로 극 전개 상의 필요성을 못느끼는 것도 있었지만 괜찮았다ㅎ

하지만 무엇보다도 좋았던 건 역시 너무 소중한 뮤직 넘버들.

그 이름만으로도 인정할 수 있는 '헤드윅' 음악감독 이준 감독의 작곡/음악감독으로 탄생한 뮤지컬 '즐거운 인생'의 넘버들은 그 무엇하나 빠짐없이 모두 좋았다. 과연 이것이 창작인가 싶을 정도로(창작을 비하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그냥 라이센스에 비해서라는 뜻이다) 특히 이미 익히 들어서 완전 기대했던, 그리고 그 기대해 부흥했던 세기의 솔로곡 '새빨간 거짓말'은 진짜 좋았다.

(무열배우가 조금, 아주 초끔 힘에 부치는 것 같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대의 목소리로 그런 노래를 들으니 얼마나 심장이 뛰던지...)

 

세기 음악선생님 범진 역에 임춘길씨. 나름 싸인 받은 건데 하나도 안보인다ㅜㅜ

 

하지만, 여러 사람들의 말처럼 세기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심화된 이야기를 풀어가도 매우 좋았을 것 같다.

일단 메인이 되는 큰 이야기가 제대로 자리를 잡아져야 하는데,

너무 여러 이야기가 다뤄지고 있다보니 메인 스토리의 비중이 조금 약해졌던 것이다.

작품 주제가 결코 가볍지 않은 만큼 어느정도의 깊이와 무게감이 조금은 있어야 할텐데

'(우느니) 차라리 웃지요'에 너무 비중을 둔 나머지 너무나도 살기 힘든 세상의 묘사와

'왜 차라리 웃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조금 소홀했던 것도 같다.

그리고 원래 이 작품의 메인은 범준의 이야기인데, 작품 제목부터 해서 주제까지...솔직히 세기의 이야기가 더 메인에 맞지않나 싶다.

뭐, 내가 세기 역에 아니, 더 솔직히 까고 말해서 세기 역을 맡은 배우에 개인적인 애착을 갖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카리스마 작렬했던 선영 역에 백주희씨. 처음에 날나리 여고딩도 이분이었단 거 눈치 못챘다는;;

 

뭐, 이번이 처음 올라온 공연인 만큼, 앞으로 수정에 수정을 거듭해 좋은 작품이 될 수 있는 여지는 얼마든지 있는 거니까....

만약 손만 쫌 더 본다면 정말 좋은 작품이 될 수 있을 거 같다.

주제가 그렇게 참신한 건 아니지만, 극의 구성이 여러 실험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가능성이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주제가 상투적이긴 하지만, 여러가지 생각하게 해줄 수 있는 주제이고 나름 감동과 가슴 저 밑바닥을 울리는 힘을 가진 작품인 것 같다. 특히 마지막 즈음에 '재밌는 얘기' 넘버에서는 주체할 수 없는 울컥함에 기어코 눈물까지 흘렸다.

 

하악-무슨 말이 필요하리오. 완전 소중한 세기 역에 김무열씨. 춤 진짜 잘 추시더라;

 

신날 것 하나 없고 참 엿 같은 세상, 음악 같은 삶의 진동을 느껴라.

상황은 살짝 다르지만 요즘도 참 뭐 같이 어려운 시대인데, 내 자신에 대해 한 번 생각해 보게 하는 시간이 아니었다 싶다.

"소나무야-소나무야-언제나 푸른 네 빛...."작품 처음과 마지막에 울려 퍼지는 같지만 전혀 달랐던 이 가곡이 이 '즐거운 인생'의 (아마도)제 2의 주제곡이다. 언제나 푸르게, 변하지 않는 빛을 간직하자는 그들의 외침이 참으로 와닿는 넘버였다.

뭐 산만하다느니 신파라느니 다 차치하고 엄청 유쾌하고 재밌고 신나는 두 시간 동안, 쓰릴미 학습으로 박수치는 게 아직은 어색했지만,

그래도 참 즐겁게 공연을 보았다.

배우 김무열의 또 다른 면모를 확인 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고ㅎ

아~1월 2일 공연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오! 즐거운 인생~ 오! 행복한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