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릴없이(이거 이럴때 쓰는말 맞니?;) 그냥 빈둥빈둥 거리고 있는데
져니로부터 문자가 띡 왔다.
"고흐전 같이 보러가실 분-"
흠...이제 곧 있으면 끝날텐데...보러가긴 해야되는데....지금 샤워도 안했는데....
막 이런 저런 일로 망설이고 있는데
아홉시까지 한다는 소리에 '에잇! 할 일도 없는데 뭐하냐!! 그냥 가자!'하는 결심에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샤워하고 옷갈아입고 예의상 정도의 메이껍 해주시고 출발하니 얼추 5시 반 쯤 시청에 도착했다.
아이들(져니와 강희)은 미리 만나서 저들끼리 쫌 논 거(?)같던데....많이 지쳐있었다-_-;;(나만 쌩쌩해서;;;;)
아이들은 먼저 와플을 먹어서 저녁 생각이 없다기에 교보문고 카페떼리아에서 난 생각보다 괜찮았던 핫케익 세트로 끼니를 채우고
시립미술관으로 궈궈싱~
오마이갓ㅇㅁㅇ;;;;
7시 이후부터 2000원 할인이라길래 7시 넘겨서 갔더니....
뭔놈에 사람들이 그렇게도 많은지;;;;;
저녁 시간이어서 사람이 별로 없을 줄 알았더니 할인해주는 것 때문인지 사람들이 진짜 많았다;;
그래도 어케어케 표 끊어서 또 줄서서 전시장으로 들어갔다!
음....일단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별로 심기가 좋지 않았다-_-
그리고 저번 모네전때는 아빠랑 이런 저런 얘기 주고 받으면서 감상해도
뭐라 하는 사람 없었는데 이번에 몇 마디 하다가 갑자기 스태프한테 주의 먹어서
쫌 기분 나빴다-_-;;;(백 번, 천 번 조용히 해야하는 게 옳긴 하지만;;;;)
또....생각보다 막 유명한 작품들이 많지 않아서 또 쬐끔 실망했다;;
하지만...
드로잉 작품 포함해서 꽤나 많은 작품들이 역시 고흐는 '불멸의 화가'임을 증명해주었다. 또 몇 가지 그동안 내가 몰랐던 사실도 많이 알게 되었다.
사실 난, 고흐가 그렇게 짧은 기간동안밖에 작품 활동을 한 줄 몰랐다.
그는 서른 일곱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떴고 단 10년의 기간동안만 작품활동을 했다고 한다. 그 10년이라는 어찌보면 짧게 느껴지는 세월동안 그는 900여점에 달하는 작품을 남겼다. 모네도 참 다작을 한 작가였지만 고흐도 엄청난 다작을 한 거다.
또, 난 고흐하면 여지껏 '색감'과 '터치'밖에 생각하지 않았는데
이번 전시회에서 본 많은 드로잉 작품들을 보면서 그의 시선이랄까.
전시장에서 계속 강조하던 고흐의 인간을 향한 애정어린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10년이란 짧은 활동 기간 속에서도 활동했던 장소에 따라, 화풍에 따라 여러 시기로 구분이 되었는데 그림의 대상으로 구분하자면 사람을 향했던 시기와 자연을 향했던 시기로 구분지을 수 있을 거 같다.(왔다갔다 했지만;;) 특히 드로잉 작품 중에서 사람을 그린 것들은 그 굵직한 선들과 강한 음영이 '아, 고흐구나'를 느낄 수 있었다.
또 작품 속 사람들을 거칠게 표현했지만 그것은 미움의 표현이 아니라 연민의 혹은 애정을 기반으로한 안타까움의 표현이었던 거 같다.
Vincent van Gogh. <Sorrow>. 1882
그리고 생각보다 밝은 그림도 많았다는 것도 알았다.
고흐하면 어려웠던 환경과 말년 정신질환으로 힘들었던 배경이 떠올라 그의 그림들은 뭔가 하나같이 어두운 분위기라고 선입견을 갖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막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을 무렵, 혹은 막 빛에 막 눈을 떴을 무렵의 그의 그림은 의외로 엄청 밝았다.(아직 한창 일본화에 매료되기 전이어서였나?;;)
전성기 사알짝 전의 그림들에선 고흐 특유의 그 강렬한 색채들이 비교적 들 보여졌는데 파스텔톤의 고흐 그림도 나쁘지 않았고 신선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역시 고흐하면 강렬한 인상의 유화작품. 백년이 훌쩍 넘은 이 시대에서 이리도 인기를 얻는 그의 아방가르드한 색감과 독특한 붓터치. 정말이지 <별이 빛나는 밤에>라든가 <밤의 카페테라스> 그리고 <해바라기>시리즈 중 단 한 점도 없었다는 건 진짜 너무 아쉬운 점이었지만, 그래도 <붓꽃>이라든지 <노란 집>, < 프로방스의 시골 길> (사이프로스와 별이 있는 길)을 보면서 마음을 달랠 수 있었다. 모네 때도 그랬지만 어떻게 이런 색의 조합을 만들어낼 수 있었을까 하는 경의로움에
다시 한번 고흐가 불멸의 화가임을 느낄 수 있었다.
Vincent van Gogh. <Portrait of Joseph Roulin>. 1889 어떻게 이 시대에 이런 색채를 구사할 수 있었을까....
사람이 진짜 너무 많아서 그림 앞에서 찬찬-히 감상할 수도, 아예 애초에 그림 가까이 다가갈 수도 없었기에 더욱 아쉬움이 남는 전시회였다. 그래서 친구랑 작품 이름 알아맞추기 놀이(?)따위를 하며 그의 전성기 시절 작품들을 한번 더 복습하고
이제는 시립미술관 상설전시관이 된 청경자展도 한 바퀴 휘익 둘러보았는데....
호오~고흐꺼 보고 와서 그런지 고흐의 색채를 닮은 것도 같은 것이(ㅎㅎ) 꽤나 맘에 드는 작품들이 많았다.
나오기 전에 고흐 관련 기념품(?)을 파는 곳에서 실제 크기의 고흐 모작품들 앞에서 사진 좀 찍었다. 시립 미술관 1층에는 크~게 <프로방스의 시골 길>이 걸려있어서 사람들이 그곳에서 많이 찍었다.
그런데 고 옆에 귀엽게 <프로방스의 시골 길>에 나오는 쬐끄만 두 사람이 판넬로 만들어져있었다. ^^ 그곳에선 사람들이 많이 안찍길래 냉큼 그곳으로 달려가 또 사진 찍었다ㅎㅎ
밖으로 나오는 아주 캄캄한 밤이었다.
서울 하늘이 그렇듯 별이 빛나진 않았지만 그래도 빌딩들의 불빛이
얼마나 예뻐보이던지....
추위도 풀려 포근한 정도는 아니어도 쌀쌀하지 않은 날씨에
또 얼마나 마음이 따뜻해졌는지....
우리의 불멸의 화가 고흐 작품들로 눈호강을 한 덕분이었는지도...^^
이번 전시회에 없었던 <아몬드 꽃이 핀 가지>모작 앞에서.
<아이리스>가 주가 됐어야 했는데;;;;; 친구들과.
<프로방스의 시골 길> 속 행인 둘과ㅎㅎ(밑의 꼬마는 까메오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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