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동명의 영화를 선전하는 '예고편' 비스무리한 걸 '스치듯' 본 적이 있는데,
그냥 뭔가 특이한 소재로 사랑 이야기를 다룬 영화인 줄 일았다.
뭐 어느정도 맞는 예상이었지만, 전혀 다른 것이기도 했다.
이렇게까지 가슴 뭉클해지는 소설일 줄은 꿈에도 몰랐으므로.
요즘 너무 책도 안 읽고 너무 바삐만 돌아가는 일상이라, 간만에 머리도 식힐 겸 소설 책이 읽고 싶었다.
원래는 오쿠다 히데오 작가의 유쾌한 소설이나 읽어볼까 했는데, 도서관에서 모두 대출중이라
우연히 눈에 뜨인 제목을 보고 차선책으로 고른 책이었다.
소설의 내용은 제목 그대로 '수식을 사랑하는 박사'의 이야기다.
좀 더 디테일을 주자면 수식을 사랑하는 박사와 그를 돌보는 파출부와 아들의 이야기'랄까.
근데, 요 셋이, 아니 수식까지 합쳐서 넷이 만들어내는 일상의 이야기들이 보통이 아니다.
신비하고 놀라운 수의 세계의 단편을 들여다보는 재미도 쏠쏠하고
80분짜리 기억 테이프를 갖고 있는 박사와 파출부 모자 간의 에피소드들에서 나타나는 감동의 쓰나미는
예고도 없이 불쑥불쑥 코끝은 찡하게 만든다.
박사 양복에 덕지덕지 붙어있는 메모지들 사이로
새롭게 파출부의 그림이 자리잡았을 때 밀려오던 감동이란.
소설의 대단원이 다가올 수록 '좀만 더..좀만 더...'하고 속으로 빌었다.
오랜만에 재밌는 소설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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