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7월 14일 화요일

BOOK:: 『스무살, 도쿄』 오쿠다 히데오

 

 

 

 

 

 

 

 

 

 

 

 

 

 

東京 物語

오쿠다 히데오(奧田英朗) / 양윤옥 / 은행나무

 

 

저번에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를 읽고 단번에 그의 팬이 되었다.(그렇다고 뭐 그의 작품을 모조리 섭력했다거나 한 건 아니다)

이 책으로 한 번 더 팬이 되었다, 라고 하면 너무 상투적인가?

 

약속시간까지 빈 시간을 때우기 위해서 적당한 책을 사러 서점에 갔다가

익숙한 일러스트의 표지와 함께 '스무살, 도쿄'라는 다소 노골적으로 나의 구미를 당기는 책이 눈에 들어왔다. 거기다가 무려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

 

'공중그네'만큼 파격적으로 웃긴 소설은 아니었다만 그래도 역시 그의 소설이구나 싶었다.

그리고 뭔가 '자서전'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이야기.

주인공 '다무라 히사오'의 나이와 직업이 작가 오쿠다상의 나이와 한때 직업과 일치했다.

 

소설 이야기는, 제목 그대로 스무살, 뭐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20대'의 다무라군의 '도쿄'생활 이야기다.

나고야 출신인 그가 재수를 하겠단 명목으로(사실은 그저 아버지 가업과 고향에서 벗어나기 위해) 막무가네로 상경하는 열여덟부터 대학교 시절, 여름 새벽녘 푸른 공기 내음같은 연애 이야기, 집안 사정으로 대학을 중퇴하고 일찌감치 들어간 광고회사에서의 고생한 이야기,

어느정도 자리를 잡고 사회에서 겪는 많은 경우들 등등이 20대의 마지막 겨울까지, 지루하지 않게, 그렇지만 하고 싶은 이야기는 모조리 다 써놨다.

 

그 중, 역시나 내 무릎 탁 치게 만든 건 막 사회에 나가 온갖 억울한 일 당해가며 해나가는 고생한 이야기였다. 물론, 이 이야기의 시간적 배경이 무려 지금으로부터 28년 전이라 환경적 조건이 매우 달라 생기는 문제(예를 들면 휴대폰이 없는 것)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답답했지만, 여튼 그런 건 제쳐두고라도(별로 상황을 받아들이는데 걸림돌이 될 것도 아니다) 상사의 어의없는 실수에 몇 번이고 러시아워의 도로를 왔다갔다 하고 밥도 못 먹고 철없는 친구의 철없는 푸념은 끊이질 않고 자신이 고심하고 고뇌했던 캐치프레이즈는 계속계속 퇴짜를 맞고 며칠째 이어진 밤샘은 끝날 줄 모른다.

뭐랄까, 읽으면서 마치 '꽃보다 남자'를 읽는 듯, 계속해서 이어지는 꼬이는 상황에

"저녁까지 못먹으면 책 찢어버릴거야!!"라고 혼자 분개할 정도였다. (왜 나의 분노포인트는 먹는 것이었을까,,,,-_-;;) 사회 초년생, 대학교도 제대로 못마치고 딱히 확실한 미래도 없이 그다지 똑부러진 성격도 아닌, 나고야출신이라는 딱지를 마음 속에 품고 살아가는 이 다무라 히사오라는 남자의 모습이 어쩌면 몇 년 후의 내 모습이 될 거라는 생각을 하니 매우 우울해졌다. 아니, 몇 년 후까지 갈 것도 없이 당장 지금의 나와 너무도 흡사해서 좀 울컥해버렸다.

 

  밀린 레포트와 온갖 조과제, 아는 언니의 과제를 도와주는 일로 하루 평균 3시간 자는 생활을 약 2주 동안 하고 정작 조과제 발표 날은 그 전날까지 밤 새서 준비물 만들고, 대본 만들었던 거 사전 시간 배분 miss로 내 분량 반이 날아가는 바람에 다 무용지물 되고, 정작 내 수정된 분량 연습이 부족해서 내 발표는 엉망,  시험기간임에도 불구하고(+수면부족) 과천 서울랜드까지 가서 발표에 쓸 리포팅물 찍겠다고 난리쳐서 찍은 영상, 편집까지 해서 발표날 쓰려했더니, 아침에 내가 테이프 집에 놓고 와서 집까지 왕복 3시간되는 그 거리 갔다왔더니 정작, 스튜디오에 영상 틀 TV가 준비가 안되서 틀어보지도 못하고 그대로 쫑.

과다한 과제 소화로 정작 기말고사 준비는 완전 제로상태, 벼락치기로 또 한 주 꼴랑 날밤 샜지만 역시나 역부족. 결국 시험도 그대로 다 말아먹었다.

그리고 시험 끝나고 남아있던 마지막 조과제물은 조원 애 믿고 맡겼던 촬영은 요구했던 분량의 30%밖에 되어있지 않은 상태여서  망연자실, 거의 포기상태였는데, 그때까지 별로 관심없던 다른 조원 애가(무려 "어차피 C+인데 걍 대충하고 끝내자"라고 말했던) 갑자기 혼자 분개하며 어떻게 어떻게 추가 촬영한 덕분에 그래도 약 50%는 채워서 나머지 후반 작업은 고스란히 내가 떠안게 됐다.

  시험 끝나고 또 학교 가서 약 4시간 동안 컴퓨터 자리 없고, 도저히 편집할 여건이 안되서 방황만 하다가 결국 집으로 귀가, 그날 역시 다음 날 해뜨는 거 보면서 기적적으로 편집 마무리 지어서 쾡한 눈으로 아침 10시까지 학교로 고고씽했지만 실습실 조교가 늦게 와서 그대로 30분 그냥 날리고 그래도 어떻게어떻게 나래이션이랑 마지막 교정봐서 30분 오바했지만 과제 제출했다.

  그리고 오늘, 원래 계획대로라면 일주일 중 6일 근무, 하루 5시간에 월 30이라는 노동법에 저촉되는 저임금이지만 일본인 점원에게 일본어를 배울 수 있다는 기막힌 조건에 알바하기로 한 곳에서 멋진 첫 근무를 했어야 했지만 내가 저번주 토요일에 확인 전화 안 한 것 때문에 그대로 쫑. 허망한 여름방학의 시작을 예고했다. (무려 오늘 내로 시간 조정을 하든 짜르든 다시 전화를 주겠다고 했건만, 내가 중간에 메시지까지 남겼건만 오늘은 지나버렸다)

 

정말정말 너무너무 속상하고 화나고 눈물조차 나오지 않을 정도로 억울했지만

정말이지 울 수도 누구에게 화를 낼 수도 없었던 건 이 모든 게, 어쨌든 내 판단에 의해 이루어진 결과이며 내 잘못이기 때문이었다.

발표 시간 배분도 가안(假案) 때 내가 한 거였고, 어차피 발표 연습은 개인이 해야할 몫이었다. 테이프 안 가져 간 것도 내 잘못이었고, 서울랜드 촬영도,,,,솔직히 별로 필요없고 오바였다고 생각했던 시점에서 한 번 말이라도 했어야 했다. 좀 더 실질적인 걸로 하자고 제안이라도 했어야했다. 시험 공부 못한 건, 솔직히 핑계고 평소에 하면 됐다. 그리고 영상물 제작. 중간 과제 때 충분히 조원 애들 파악했었고

파악했었다면 그들에게 촬영을 맡긴 건, 솔직히 기말 과제 포기했다고 말 할 수 있는 거다. 솔직한 심정으론 그랬다. '너희들도 한 번 내 입장 좀 헤아려 봐-' 하는. 그건 과제의 완성보단 내 분풀이에 가까웠다.  그리고 알바도, 분명 처음 면접보러 갔을 때 '저는 확정적으로 정했습니다'하고

월요일부터 일 나오겠다는 말을 하고 들었지만, '그래도 생각해보고 확실해지면 토요일쯤 전화줘요'하는 지나치는 듯 했던 말을 기억하지 못했던 것은 내 잘못이었다.

 

 

"젊다는 건 특권이야. 너는 얼마든지 실패해도 괜찮다는 특권을 가졌어. "라는 이 책읜 홍보문구처럼, 소설 속 취객 아저씨의 말처럼

스무살, 지금의 나는 아직 마음껏 시도해보고 도전해보고 그리고 실패해봐도 되는 시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머피의 법칙처럼 이렇게 한꺼번에 몰리는 암담한 상황은 좀 당황스럽다. 아니, 많이 당황스럽고 감당하기 힘들다.

 

요즘, 2학기를 휴학할까 진지하게 고민을 해봤는데, 3학년 1학기때 교환학생을 간다는 명목으로 휴학을 생각한다는 게 일단 첫째라고 하지만,

사실은, 이번 1학기 때 이렇게 크게 덴 탓에 질리고 두려워서 도피의 마음으로 휴학을 떠올린 게 실질적인 첫째 이유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사회에 나가면, 책 속 다무라군처럼 아무리 억울하고 힘든 일이 겹치고 덮쳐도

대학생이라는 신분의 지금의 나와 같이 멋대로 휴학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또 멋대로 사표를 낼 수도 없을 것이다. 난 그저 철없는, 세상 물정 모른는 스무살이었던 걸까?

책 속 다무라군은 그 순간을 잘 견디고 어엿한 프리랜서가 되어서(물론 이런 저런 문제에 시달리긴 하지만) 잘 살아가던데 난 이런 식으로라면 금방 낙오자가 되는 건 십상이겠지?

.....

별에별 생각과 걱정이 떠올랐다. 그러면서 요즘 휴학 생각과 함께 간절해진 생각이있는데

아무도 없는 곳에 훌쩍 떠나고 싶다. 하는 것이 그것이었다. 두번째 도피 생각이었다.

남자친구도 생기고 싶고 친구들도 맨날 만나고 싶었지만

한편으론 나를 아는 모든 사람들로부터 떨어져 인적 드문 날씨 좋은 동네에서 그냥 한가로이 지내고 싶다.....하는 소망.

....아니, 대망(大望)인가.

 

여튼,,,책 이야기 하다가 갑자기 삼천포로 빠져버렸는데, 약 30년의 갭이 있는 시간적 배경이지만

'20대'라는 공감대는 시대를 초월하는 것인 것 같았다.(성별도)

뭐랄까, 지금 내 상황이 그다지 확 극복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 같고,

나름대로 한 번 생각해봐도 좋을 시점인 거 같아서

"그래! 힘내자! 아자아자!"하는 기분은 나지 않았지만,

 

서른 즈음의 다무라와 그의 친구들이 한 자리에 모여 

소싯적 음악평론가니(무려 내 어릴적 꿈이었다!) 영화감독이니 하는 자신들의 꿈을 털어 놓으며

'젊은 시절의 꿈'쯤으로 가볍게 이야기 하는 모습은 뭔가 시간이 지나면 아무것도 아닌 게 될 수 있을까나,,,,하는 기대가 돼서 조금 위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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