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02.07 3시 김승대 햄릿/박은태 레어티스/손미영 오필리어
친구의 도움으로 '사랑은 비를 타고'티켓 할인으로 반값으로 본 뮤지컬 '햄릿'.
작년부터 디씨갤에서 너무 익히 들어서 마치 봤던 것 같았던 그 뮤지컬을 드디어 봤다.
그런데 그다지 뮤지컬에 흥미를 갖고 있지 않은 나의 언니를 데리고 간 공연이어서 평소보다 좀 더 긴장하면서 봤던 것도 있었고, 무엇보다 사상 최'악'의 관객(과연 그런 사람도 '관객'이라고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이 내 옆에 있었어서 나의 관람행위를 아주 사소하게라도 방해받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다 못해 '혐오'하는 나로서는 정말로 힘든 관람이 아닐 수 없었다. 나의 7만 7천원은 어디가서 보상받을 수 있단 말인가(언니 표값까지 내가 냈으니까)
여튼, 일단 서두는 이 정도에서 마무리하고.
'월드버젼'이니 '더 뉴'니 하는 소리에, 그리고 언뜻 들었던 뮤지컬 넘버들도 굉장히 신선하고 현대적(?)이어서 제목만 햄릿이고 정극은 아닌 줄 알았는데, 예상과는 다르게 뮤지컬 '햄릿'은 (당연하지만)꽤나 충실히 정극을 따르고 있었다.
그렇게 크지 않았던(그러나 객석의 높은 각도는 매우 좋았다) 무대에서 큰 무대장치들이 '휙-휙'돌아가며
빠르게, 그리고 다양하게 변환이 되는 점도 신선했고ㅎ
사실, 하두 예전부터 '김승대, 김승대'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서 일부러 김승대씨가 하는 스케쥴로 찾아 보았던 거다.
오우. 처음 본 그의 마스크는 I열에서도 확실하게 식별될 정도로 훤칠했다. 일단 appearance는 합격.
초반에 마이크가 좀 울리는 게 조금 거슬리긴 했지만 큰 지장은 없었다.
다만 그의 노래 실력이 조금 더 완벽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앵콜 땐 X사리까지 났으니..). 그러나 그의 연기는 정말 인상 깊었다.
그 누구도, 심지어 오필리어도 위로해줄 수 없는 아픔과 상처, 그리고 그 모든 걸 품은 채 점점 미쳐가는 햄릿이 절실히 와닿았으니까. (후반부 폴로니우스를 죽인 후의 햄릿은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개인적으로 조금 심하다 싶을 정도로 노래의 완벽성을 따지는 편이라 그의 노래가 걸리는 건 좀 미안하지만 사람들이 '김승대, 김승대'하는 이유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던 공연이었다.
그리고....언니는 그의 목소리가 너무 얇다며 뭐라 했지만 나의 마음을 확 잡아끈 이가 있었으니....
레어티스역의 박은태씨.
박은태씨야 '노트르담 드 파리'의 주옥같은 명곡, '대성당의 시대'를 열창하던 때부터 좀 주목하긴 했었으나 이렇게 작품에서 직접 그의 노래를 들으니...이건 뭐.
특히 오필리어와의 듀엣곡 'Sister'에서는 심장이 두근 두근 거리기까지////
7월에 다시 '노트르담 드 파리' 올라온다고 하던데....부지런히 돈 좀 모아볼까보다.
(左)김승대 (右)박은태
하아....이렇게 극장도 맘에 들고 뮤지컬 넘버도 신선하면서 괜찮고 배우들도 최상이었건만.....
나의 이 소중하고 귀중한 시간을 망친 이가 있었으니...
내 옆자리에 해도해도 너무했던 아.줌.마
정말....이건 교양이고 자시고, 기본 예의도 없고 상식까지 없어보이는 사람이었다.
양반다리를 했다가 풀었다가 하면서 내 팔을 툭툭 치는 건 예사고(미안하단 낌새도 없었고 계속 티나게 쳐다봐도 미동도 없었다) 당당히 핸드백에서 뒤적뒤적 부시럭부시럭 소리내면서 껌을 끄내더니 공연 중 너무나도 당당하게 껌을 씹지를 않나(다시 뱉고) 옆에 같이 온 또다른 아줌마랑 마치 집 거실에서 '아내의 유혹' 보면서 욕하는 것처럼 수다를 떨지 않나, 핸드폰은 '당연' 너무나도 편하고 자유롭게 들여다 보고 (오필리어 장례식 때 배우들이 객석을 내려오는 씬에서 왕, 클라이디우스는 핸드폰 보는 그 아줌마를 뚫어지게 계속 쳐다봐주셨다) 극이 클라이막스로 들어가기 직전, 그 중요한 순간에는 당당히 '벨소리'가 울리는 핸드폰을 '받더니' '통화'를 하셨다.
참....내가 살면 얼마나 살았다고, 살다살다 그렇게 뻔뻔하고 어의없고 황당한 인간은 처음이다.
공연이 재미없으면 인터미션 때 나가서 어디가서 한 숨 주무시던지, 왜 괜히 소중한 시간과 없는 돈 들여서 온 무고한 관객의 기분을 그렇게 잡치냔 말이다. 초반 내 팔을 툭툭 칠 때 한 번 말할까 하다가 그냥 참았는데 시간이 흐를 수록 점점 강력해지는 방해작전에는 이건 말로 해도 통할 수준이 아니란 걸 깨닫고는 그냥 포기 했다.(말하고 나면 그 이후 기분이 더 나빠져서 아예 공연을 볼 수 없을 것 같았다)
여튼, 공연문화가 널리널리 대중화가 되는 것에 있어서는 적극 찬성하고 또 그것이 나의 꿈이기도 하지만
이러한 문화지체현상은 도저히 참을 수 없다. 대중화는 저급화가 아니다.
충분한 공연관람 에티켓에 대한 교육이나 홍보가 적극 필요하단 걸 뼈져리게 느낀 순간이었다.
뭐, 그 아줌마는 '문화 에티켓'이 아닌 '상식'부터, 아니 '도덕'부터, 하다못해 '배려'라는 개념이라도 먼저 탑재하셔야겠지만.
나의 38500원을 돌려줘-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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